2014년 지방선거 복안 첫 공식언급 “국민기준 맞으면 안낼 이유없어” 양강 구도서 다자구도로 판세 재편… 지지층 겹치는 민주 선거전략 비상
안철수 의원이 14일 민주당 김영환 의원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안 의원은 출판기념회 후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내년 지방선거의 모든 광역단체장에 후보를 낼 것이다. 서울시만 안 낸다는 기준은 없다”고 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안 의원은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국민들 기준에 맞는(부합하는) 분이 있다면 당연히 내년 지방선거 때 모든 광역단체장에 후보를 낼 것”이라며 “‘서울시장(후보)은 안 낸다’ 이런 기준은 없다”고 말했다. 안 의원과 10여 분간의 대화는 민주당 김영환 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 이뤄졌다.
그동안 안 의원 측에서 “‘안철수 신당’이 꾸려지면 서울시장 후보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는 말이 나왔지만 안 의원이 직접 밝힌 것은 처음이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국가기관 대선개입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론 등을 고리로 안 의원과 정의당을 하나로 묶는 ‘신(新)야권연대’를 구축해 박 시장을 후보로 내세울 경우 손쉽게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왔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안 의원의 언급을 전해 듣고 “일대일 구도가 돼도 서울시장 선거는 쉽지 않은데…”라며 “야권의 분열은 곧 필패”라고 걱정했다. 민주당이 종북(從北) 논란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통합진보당과는 절대 연대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정의당과 연대가 성사되더라도 통진당에 이어 안 의원 측까지 후보를 낼 경우 서울시장 선거의 여야 구도는 ‘1 대 3’이란 ‘1 대 다자(多者)’ 구도가 되면서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2010년 지방선거 때 인천시장, 충남도지사 등 대부분의 광역단체장을 석권했지만 서울시장은 야당 후보가 둘로 나누어지면서 여당에 내줘야 했다. 민주당 한명숙 후보는 46.8%를 득표했지만 여당의 오세훈 후보(47.4%)에게 0.6%포인트가 부족했다.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가 3.26%를 득표한 것이 최대 패인으로 꼽혔다.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정권 심판’ 성격이 강했고, 여야 일대일 구도였으며, 야권 단일 후보였던 박 시장(당시엔 무소속)이 안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의 전폭적 지원을 받았음에도 여당 후보(나경원 전 의원)를 7.19%포인트 차로 이기는 데 그쳤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선 안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겠다고 하면서 “좋은 사람이 구해지면”이란 수식어를 단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안철수 신당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눈에 확 띄는 사람이 없다. 신장개업을 하기엔 역부족”이라며 “안철수 신당이 태풍이 될지, 찻잔 속 미풍으로 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황승택 기자 hst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