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뮤지컬 ‘사랑을 이루어 드립니다’. 직장 동료를 짝사랑하는 소심남이 우연한 기회에 무엇이든 원하는 남자가 될 수 있는 7번의 기회를 얻게 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맛깔나는 대사와 귀에 쏙쏙 박히는 음악으로 보여준다. 사진제공|가고파컴퍼니
‘왕 소심남’ 진성의 좌충우돌 짝사랑 성공기
소원성취 요원·시대 초월 등 판타지 가미
연출 이원준 1인 2역도…장미 역엔 김정민
전형적인 대학로 소극장 ‘로코’(로맨틱코미디) 뮤지컬. 그런데 아이디어가 상큼하다.
직장동료 ‘장미’를 짝사랑하지만 말 한 마디 못 붙여보는 ‘왕 소심남’ 진성. 낙하산을 타고 떨어진 부장은 진성만 보면 혈압을 올리며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댄다. 초등학교 친구인 ‘엄친남’ 소성민은 승승장구해 상사로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 중.
뮤지컬 ‘사랑을 이루어 드립니다’는 정체불명의 소원성취 상담요원 ‘진희’(지니에서 따왔을 것이다)의 도움으로 7일간 하루 한 번씩 ‘원하는 남자’가 될 수 있게 된 진성의 좌충우돌 사랑쟁취기이다. 장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진성은 ‘야쿠자 오야붕’, ‘짐승돌’, ‘한류스타’, ‘노벨문학상 수상자’ 등이 되어 보지만 모두 씁쓸한 결말로 끝나고 만다. 예를 들어 일제강점기의 야쿠자 보스가 되어 기생으로 만난 장미를 드디어 품에 안는가 싶었지만 진성은 장미가 몰래 술에 탄 독약을 마시고 쓰러지고 만다. 진성이 쓰러지자 장미는 느닷없이 품에서 태극기를 꺼내들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친다. 장미는 기생으로 변장한 독립투사였던 것이다.
가볍게 볼 수 있으면서도 조금은 마음 한 구석의 ‘종’을 울려주는 작품. 단출한 무대지만 배우들의 성실한 연기와 맛깔 나는 대사, 은근히 귀에 꽂히는 음악이 두 시간 가까이를 풍성하게 채운다. 조금은 진부한 장면, ‘로코’ 특유의 오버감이 없지 않지만 눈으로 넘기기에 껄끄러운 수준은 아니다.
연출을 맡은 이원준이 배우로도 출연해 1인 2역을 소화한다. 탤런트 김정민이 장미 역을 맡았다. 서울 대학로 공간 아울에서 공연한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