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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아이디어 가로채는 ‘상표 브로커’ 뿌리 뽑는다

입력 | 2013-11-15 03:00:00

특허청, 상표법 23년만에 전면 손질




앞으로는 남의 아이디어를 가로채 상표권을 취득한 뒤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상표 브로커’들이 설 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인다. 형상이나 인테리어, 소리, 냄새, 문자 등 특정 상표나 기업을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를 뜻하는 ‘트레이드 드레스’의 인정 범위도 확대된다.

특허청은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상표법 전부 개정안을 다음 달 24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14일 밝혔다. 상표법을 전면 손질하는 것은 1990년 이후 23년 만이다.

특허청은 우선 상표를 출원, 등록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성과를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사회적 타당성이 현저히 결여된 경우에는 심사관이 등록을 거절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하기로 했다. 2011년 방송인 이경규가 ‘꼬꼬면’을 개발하고도 누군가가 먼저 상표 등록을 하는 바람에 꼬꼬면이라는 이름을 쓰지 못할 뻔했던 것처럼 상표법의 선(先)출원주의를 악용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서다.

업종과 상품이 다르다는 이유로 유명한 상표를 거의 그대로 가져다 쓰는 행위도 금지된다. 특허청은 타인의 유명 상품 또는 영업 내용과 혼동을 일으킬 수 있거나 명성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는 상표는 등록을 허가하지 않을 방침이다.

트레이드 드레스의 인정 범위도 확대된다. 지금까지는 형상이나 소리, 냄새 등 이미지가 누구의 상품을 나타내는지 ‘현저하게’ 인식될 때만 상표로 등록해줬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미지가 식별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상표권으로 등록해 줄 방침이다. 트레이드 드레스의 대표적인 예는 코카콜라 병, 모서리가 둥근 아이폰 등이다. 특허청은 2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지식재산센터에서 공청회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관계 부처와 협의한 뒤 내년 4월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해 2015년 7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