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카노르 파라(1914∼)
온갖 문제를 짊어지신 채
세속의 보통사람처럼
오만상을 찌푸리고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더는 저희를 생각하지 마소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괴로워하시는 걸 이해합니다.
당신께서 세우시는 것을 부수면서
악마가 당신을 괴롭힌다는 것도 압니다.
저희는 당신과 함께 눈물 흘리오니
낄낄대는 악마의 웃음소리를 괘념치 마소서.
불충한 천사들에 둘러싸여
어딘가에 계시기는 하는 우리 아버지
진심으로, 더는 저희 때문에 고통 받지 마소서.
당신은 아셔야 합니다.
신들도 때로는 잘못을 저지르며
저희는 모든 것을 용서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익숙한 ‘주님의 기도’는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시며’로 시작한다. 마태복음 6장에서 예수가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라’며 본보기로 보인 기도문인데, 기독교 문화권에서 종종 패러디로 시화(詩化)된다. 파라의 ‘주님의 기도’를 읽은 뒤 시가 실린 문예지에서 그의 사진을 들여다봤다. 좀 ‘꼴통’ 같은 풍모의 노시인이 피곤한 듯 귀찮은 듯 미소의 그림자 같은 걸 띠고 있다. ‘치열한 안티 정신으로 무장한 최전위의 시인’이라지. ‘시만 빼고 모든 게 시’도 그의 한 말씀!
기독교 유일신의 속성은 지선(至善)과 전능(全能)이다. 그런데 신이 지선하면서 전능하다면 세상이 이렇게 비참할 수가 없다. 신은 지선하지 않거나 전능하지 않은 거다. 화자는 신을 원망하거나 비난하는 대신, 신과 인간의 자리를 바꿔 놓는다. 무능한 신이 너무 가엾다고, 다 이해한다고, 우리가 다 용서할 테니 우리 생각하지 말라고. 신에게 이보다 더한 모독이 있을까! 시인이 날리는 마무리 펀치를 보라. 주기도문의 주(主)는 유일신인데, ‘신들도 때로는 잘못을 저지르며’라고 ‘One of Them’을 만들어 버린다. 필자는 시스터 재닛 미드가 멜로디를 붙여 청아하게 노래한 팝송 ‘주님의 기도(The Lord's Prayer)’를 들으며 충격을 가라앉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