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B요원 때 늦잠습관 몸에 배… 정상회담 지각 결례 다반사
14일 한국 정부 관계자는 “푸틴 대통령 측이 대부분의 국내 체류 일정을 재조정하고 사전에 한국 측에 통보했기 때문에 외교적 결례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푸틴이 대한삼보연맹 회원 30여 명과 일일이 악수하느라 회담장에 늦게 도착한 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 전 돌발 행동은 다른 나라에서도 목격됐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주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당시에는 4시간이나 늦었다. 회담장으로 가는 길에 우연히 만난 러시아 오토바이족과 술을 마시다 늦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습관 때문에 러시아에서 열리는 정상회담 시간도 예정보다 늦어진다는 게 모스크바 외교가의 얘기다. 푸틴 대통령은 올 9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한·러 정상회담 때도 약속된 시간에 나타나지 않아 박근혜 대통령이 1시간 넘게 기다렸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만날 때에도 회담장에 40분 늦게 도착했다.
늦게 일어나는 습관은 그가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으로 활동할 당시부터라는 설도 있고, 2000년 3월 대통령에 취임한 뒤 크렘린에서 집무하면서 생겼다는 해석도 있다. 이고리 아르촘 로시스카야 가제타 기자는 “푸틴 대통령의 잠자리 습관은 옛 소련을 29년간 통치한 이오시프 스탈린을 닮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스탈린은 늦게 일어나는 버릇 때문에 소련 외무성이 초대한 외국 사절단을 크렘린 주변에서 5시간 이상 기다리게 한 적이 허다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르촘 기자는 “최고 권력자의 아침잠을 감히 깨울 수 있는 인물이 없다는 문제가 소련에서나 러시아에서나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