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어떤 폭정도 영원할수 없다”

입력 | 2013-11-16 03:00:00

엘베그도르지 몽골대통령 김일성大 강연서 자유-인권 강조




“어떤 폭정도 영원히 지속할 수 없습니다. 인간은 자유로운 삶을 열망하며 이는 영원한 힘입니다.”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몽골 대통령(사진)이 10월 31일 평양 김일성종합대학의 강연에서 이같이 말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몽골 대통령실은 지난달 28∼31일 방북한 엘베그도르지 대통령의 김일성대 연설문을 정부 홈페이지를 통해 15일 공개했다.

강연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엘베그도르지 대통령이 몽골의 정치, 경제, 역사 등을 언급했다고 보도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번에 공개된 연설문을 보면 그가 주민에 대한 통제가 심한 북한에서 자유와 인권을 강조했다는 사실이 이채롭다.

엘베그도르지 대통령은 몽골에 대해 “인권과 자유를 존중하는 국가로 법치주의를 지지하며 개방정책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몽골은 근본적인 인권,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자신의 선택으로 생활할 권리를 소중히 여긴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무리 달콤해도 다른 사람의 선택대로 사는 것보다 고통스럽더라도 자신의 선택대로 생활하는 것이 낫다’는 몽골 속담을 인용하며 “자유는 모든 인간이 자신의 발전 기회를 발견하고 실현하게 하며, 이는 인간사회를 진보와 번영으로 이끈다”고 주장했다.

핵과 사형제도 등 북한 내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주제도 거침없이 발언했다. 엘베그도르지 대통령은 “우리(몽골)는 2009년 6월 이후 사형집행을 멈췄으며 사형제도의 완전한 폐지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몽골은 21년 전 비핵지대임을 공언했으며 (핵이 아닌) 정치적 외교적 경제적 방법으로 국가의 안보를 확보하는 길을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엘베그도르지 대통령은 학생들에게 질문을 받겠다고 말했지만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았다. 다만 그가 행사장을 떠날 때까지 긴 박수를 보냈다. 몽골 대통령실 측은 “이번 연설은 북측의 제안에 따라 이뤄졌다. 다만 북측은 엘베그도르지 대통령에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단어만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