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선수들. 스포츠동아DB
삼성은 유난히 ‘첫판 징크스’에 시달린다. 특히 류중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1년 이후 단기전에서 첫 경기에 고전했다. 시원하게 이겨본 기억이 거의 없다.
한국시리즈 3연패를 했지만 1차전은 항상 타선이 터지지 않아 힘든 싸움을 펼쳤다. 2011년 SK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4회 신명철의 2타점 2루타로 첫 판을 잡아 한숨을 쉬었지만, 5안타의 빈공에 시달렸다. 2012년 역시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1회 이승엽의 2점홈런에 힘입어 3-1로 이겼지만 역시 5안타에 그쳤다. 그리고 올해 한국시리즈에서는 6안타에 그치며 두산에 2-6으로 패해 힘든 여정을 시작했다.
한국시리즈 우승팀 자격으로 참가한 아시아시리즈에서도 1차전은 험난했다.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시리즈 예선 1차전에서 대만 우승팀 라미고 몽키스에게 3안타만 기록한 채 0-3으로 무릎을 꿇으면서 예선 탈락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이번 아시아시리즈에서도 1차전은 힘겨운 싸움이었다. 이탈리아의 볼로냐에 하마터면 큰 봉변을 당할 수도 있었다. 2회에 선취점을 내주고, 2-1로 역전한 뒤로 그대로 승리로 가는가 했으나 7회초에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2-2 동점이 된 뒤 계속된 1사 1·2루 위기에서 상대 1번타자 후안 카를로스 인판테의 타구는 우익수 키를 넘길 뻔했다. 박한이가 뒤로 역주를 펼친 끝에 타구를 가까스로 잡아내면서 위기를 벗어났지만, 만약 박한이가 잡지 못했다면 패전 분위기로 흐를 뻔했다. 류중일 감독도 그래서인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박한이 의 호수비로 흐름이 우리 쪽으로 넘어온 것 같다”고 평하기도 했다.
어쨌든 결말은 8회 이승엽의 극적인 3점홈런으로 삼성이 5-2로 승리했다. 1차전 징크스를 힘겹게 뚫고 승리한 삼성이 2011년에 이어 사상 두 번째 아시아시리즈 우승에 입맞춤할 수 있을까. 삼성은 16일 하루 휴식을 취한 뒤 17일 타이베이로 이동해 대만 우승팀 퉁이와 A조 예선 2차전을 치른다. 류중일 감독은 이번 대회 개막전 대만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사자가 강한지, 대만의 사자가 강한지 보고 싶다”는 말로 결전에 임하는 자세를 에둘러 표현했다. 볼로냐전이 끝난 뒤 대만 기자들이 퉁이전 전략을 다시 묻자 류 감독은 “봐주고 그런 거 없다. 최선을 다하겠다”며 선전포고를 했다.
타이중(대만)|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