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 아침/프랑크 파블로프 글·레오니트/시멜코프 그림·해바라기 프로젝트 엮음/46쪽·1만3000원·휴먼어린이
뒤이어 정부는 갈색이 아닌 개는 죽여야 한다고 했다. 그 법을 비판한 ‘거리 일보’는 폐간됐고, 도시에는 정부를 지지하는 ‘갈색 신문’만 남았다. 사람들은 문장마다 ‘갈색’이라는 단어를 넣어서 말했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일에 그리 주목하지 않았다. 여전히 카페에 갔고, 세상이 돌아가는 대로 순순히 따르는 게 편안했다. 하지만 친구는 예전에 검은색 개를 키웠다는 이유로 잡혀갔고, 어느 이른 아침 누군가가 ‘나’의 집 문을 거세게 두드린다. ‘나’는 순응만을 요구하는 정부의 꼭두각시라는 사실을 깨닫지만 너무 늦어버렸다.
2002년 프랑스 대선 때 극우파 후보인 장마리 르펜이 결선 투표에까지 진출했을 때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 작품을 소개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1유로짜리 12쪽 소책자가 정치에 무관심한 시민들에게 경종을 울린 것이다. 유대인 대학살을 부정하고 나치의 전쟁 범죄를 용인한 르펜은 결국 낙마했다.
프랑스어로 1998년 처음 출판된 이 작품은 25개국에서 출간됐다. 원작에는 그림이 없지만 러시아어판에 수록된 삽화를 가져왔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