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금융시대/로버트 실러 지음·노지양 조윤정 옮김/456쪽·1만7000원/알에치코리아
실러 교수는 자산가격 거품에 대한 이론을 펼치며 2000년 닷컴 버블 붕괴와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차례로 예언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 같은 위기를 촉발한 주범으로 ‘금융업계의 탐욕과 무책임’이 지목됐고 ‘월가를 점령하라’는 구호까지 나왔다. 금융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사그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실러 교수가 “금융이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는 주장을 담은 책을 내놓았다.
금융은 원래부터 부도덕한 것인가? 좋은 사회 건설의 걸림돌일까? 이 질문에 대해 실러 교수는 ‘노’라고 답한다. 그는 영국의 산업혁명이 금융의 역할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며, 미국의 서부 개척도 금융의 공로가 컸고, 최근 정보화 시대를 앞당길 수 있었던 것 역시 금융이 시장 리스크를 충분히 흡수해줬기 때문임을 호소력 있게 논증한다.
저자는 앞으로도 금융이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금융의 민주화’를 이야기한다. 인간 심리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그 시스템에 반영되는 ‘인간적 금융’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사례로 마이크로크레디트를 활용한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을 든다. 또 금융공학의 알고리즘을 신장이식 환자와 기증자 연결에 적용해 그 성사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인 앨빈 로스 하버드대 교수의 사례도 있다.
지금 한국 사회는 상생 나눔 배려의 가치를 필요로 한다. 금융을 사회적 가치를 증진하는 수단으로 재인식하고 금융 시스템의 변화와 개선을 모색할 때 우리는 금융의 피해자나 배척자가 아니라 주인이 될 수 있다. 금융 전문가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특히 일독을 권한다. 원제 ‘Finance and the Good Society’(2012년).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