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섭 문화재청장이 어제 전격 경질됐다. 임명된 지 8개월 만이다. 청와대가 국보 1호 숭례문 복원의 부실 논란과 문화재 행정 전반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숭례문 복원 부실 문제는 10월의 국정감사에서도 많이 지적됐다. 이달 11일 서유럽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박근혜 대통령은 철저히 조사하고 엄중히 책임을 물으라고 지시했다.
2008년 2월 10일 방화로 불타버린 숭례문은 5년간 복구 사업을 거쳐 올해 5월 4일 국민 품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철저한 고증을 통해 전통 방식대로 복원했다는 문화재청의 호언장담은 사실과 달랐다. 완공된 지 5개월도 안돼 기와는 깨지고 단청은 떨어져 나갔다. 기둥과 추녀 등의 목재도 뒤틀리고 갈라졌다. 단청공사에 천연 안료를 썼다고 했으나 일본서 수입한 값싼 안료를 사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부실 자재 사용, 졸속 공사, 명맥이 끊긴 전통 공법의 미숙한 적용 등 문제는 복합적이다. 그런데도 문화재청은 “그렇게 중대한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며 안이하게 대처해 국민의 불신을 자초했다.
임진왜란과 6·25전쟁 등 온갖 국난을 꿋꿋하게 이겨낸 숭례문이 화마에 쓰러진 것은 문화유산의 중요성을 사회에 각인시킨 중대한 사건이었다. 국보 1호의 부실 공사 논란은 우리가 숭례문 화재를 통해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로 삼아도 모자랄 판에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