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수사결과 발표]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회의록 삭제를 지시한 이유는 무엇인지,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등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검찰은 통상 수사와 기소에서 범행의 동기를 핵심으로 여긴다. 법원도 유무죄를 판단할 때 범행 동기를 중요하게 고려한다. 그러나 회의록 사건은 범행의 동기를 명확하게 밝히지 못한 채 종결됐다. 노 전 대통령이 2009년 세상을 떠나 근본적 의문은 풀지 못한 채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만 기소한 셈이다.
○ 노 전 대통령의 지시 여부
검찰은 또 노 전 대통령이 삭제를 지시한 근거로 조 전 비서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2008년 2월 14일자 ‘메모보고’를 들었다. 메모보고에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국정원과 협조해 꼼꼼하게 점검, 수정했다. 회의록의 보안성을 감안해 안보실장과 상의해 e지원 문서관리카드에서는 삭제하고 대통령만 접근할 수 있도록 메모보고를 올린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검찰이 발표한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그런 취지라는 설명일 뿐이며, 메모보고 내용이 대통령의 삭제 지시가 있었다고 단정할 만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 폐기인가 표제부만 제외시킨 것인가
검찰은 “회의록 파일이 첨부된 문서관리카드의 표제부만 삭제된 것일 뿐 나머지는 모두 남아 있다”는 참여정부 인사들의 주장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 분석 결과 e지원시스템에서 모든 문서관리카드의 생성·처리·이용은 ‘문서관리카드 메인테이블’ 정보를 기준으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문서관리카드 메인테이블’에서 회의록 정보가 저장된 단 하나의 행만 지워도 해당 정보는 이용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존재 여부도 확인할 수 없게 된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참여정부 인사들이 “e지원시스템에는 삭제 기능 자체가 없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검찰은 “당시 업무혁신비서관실 요청으로 e지원시스템 개발업체가 문서 ‘삭제매뉴얼’을 만들어준 사실을 확인했으며, 회의록 이외에도 여러 대통령기록물이 이 매뉴얼에 따라 삭제됐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회의록을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하지 않은 책임도 노 전 대통령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참여정부 인사들의 주장처럼 단순 실수가 아니라는 얘기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지시를 받은 백종천 전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조 전 비서관이 e지원시스템에서 대통령 결재가 이뤄진 뒤 대통령기록물로 생산된 회의록을 정상적으로 ‘종료’ 처리하지 않고 삭제했다고 보고 있다. 또 수정·변경된 회의록 문건을 문서 파쇄기로 파쇄한 것도 확인했다.
검찰은 당시 임기 말에 청와대가 수정본을 봉하e지원에 넣은 사실을 확인했다. 조 전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 퇴임 직전인 2008년 2월 14일 e지원시스템에 대한 접속이 차단(셧다운)된 상태에서 수정본을 ‘메모보고’에 첨부한 뒤 봉하e지원에 복제해 봉하마을 사저로 유출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정된다.
○ 문재인 의원은 관여했나
검찰은 문 의원에게는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12월 17일 “내가 회의록을 최종적으로 감수하고 그것을 정부 보존 기록으로 남겨두고 나온 사람”이라고 주장한 바 있으며 올해 6월 23일엔 “국가기록원 회의록을 열람하자”고 했다. 검찰은 “문 의원이 회담준비위원장으로서 회담 의제 준비 등 관련 업무를 총괄하면서 회의록에 대한 보고를 받고 회의록 생산에 관여한 사실은 확인했지만 회의록 삭제에 관여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