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충북]“황혼에 배운 茶예절, 학생들에 가르치며 회춘”

입력 | 2013-11-18 03:00:00

청주문화원 어르신 다도교실 눈길




충북 청주문화원의 ‘차예절강사 양성과정’을 수강한 할머니들이 12일 한벌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다도를 가르쳐 주고 있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자, 오늘은 차 마시는 법을 배울 거예요. 먼저 지난번에 배웠던 대로 무릎을 꿇고, 손을 가지런히 올려놓은 뒤 홍보(紅褓·붉은 보자기)를 걷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12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사직1동 한벌초등학교 6학년 2반 교실. 3명씩 1조가 돼 교실 바닥에 편 자리에 앉은 남녀 학생 20여 명이 다도 강사로 나선 박진아 씨(53·여)의 지도에 따라 보자기를 조심스럽게 펴기 시작했다. 이어 다관(찻물을 끓이는 도구), 퇴수기(예열한 물이나 남은 차를 버리는 그릇), 숙우(다관에서 끓인 물이 적당하게 식도록 옮겨 담는 그릇), 찻잔 등 다도(茶道)에 필요한 도구에 대한 설명과 차 마시는 순서를 귀담아 들었다.

박 강사는 “다도는 찻잎을 따고, 덖고, 마시는 과정이자 수행의 과정으로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조마다 도움이로 나선 8명의 다도 강사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정성스레 차를 따르고, 마시고, 치우는 법을 배웠다. 백세인 양(12)은 “다도를 배우는 게 생소하지만 이를 통해 예절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할머니와 함께하는 차예절 수업’. 충북 청주문화원이 3년째 진행 중인 어르신문화학교 프로젝트 ‘차예절강사 양성과정’을 수강한 50, 60대 예비할머니와 할머니들이 강사로 나서 전통 다도 문화를 손자 손녀뻘의 어린이들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다.

어르신 차예절 강사 양성과정은 전국 지자체 문화원 가운데 청주문화원이 특성화해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청주문화원 사무국장인 권영애 씨(54)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5월부터 6개월간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차에 대한 이론과 실습 △배례법 등 생활예절 △차와 관련된 음식과 소품 제작 △나눔봉사를 위한 소양교육 등으로 구성됐다. 권 사무국장은 “배움을 원하는 지역의 어르신들에게 의미 있는 교육과정을 구상하다 나왔다”라며 “어르신들이 다도를 배운 뒤 다시 가르칠 기회를 갖도록 했다”고 말했다. 다도를 배운 뒤 유치원이나 초중고교, 다문화가정 등에서 차예절지도 강사로 활동하는 것은 실버세대들에게 활력 있는 삶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어르신들의 문화나눔 봉사활동은 매주 1회 수혜 단체를 찾아 4주간의 과정으로 진행한다.

올해 차예절 강사 과정을 배운 할머니들은 6월부터 매주 화요일 오후에 현장 실습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흥덕구청 어린이집, 자연어린이집, 화엄지역아동센터 등에서 다도를 가르쳤으며, 지난달 말부터 한벌초등학교 등에서 어린이 다례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이진순 씨(65)는 “손자 손녀를 보듬는 마음으로 어린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며 다도 예절을 가르치다 보면 오히려 내가 배우는 게 많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충북 보은 속리산 잔디공원에서 한국문화원연합회와 충북문화원연합회가 공동 주최한 ‘문화와 노니는 어르신, 건강하고 행복한 청춘’ 축제에서 메인테이블을 티아트(Tea-art)와 들차회로 구성해 참가자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했다. ‘청주읍성큰잔치 달빛여행’ 등 청주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문화축제장에 단골손님으로 참가해 다도를 알리고 있다.

권 사무국장은 “초등학교를 상대로 한 나눔봉사 활동은 올해 처음 시작했는데 입소문을 타고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라며 “‘차예절강사 양성과정’을 배운 황혼기의 어르신들이 다시 삶의 활력을 찾고 젊음을 되찾는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