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 신청사에 대형매장 유치하려 ‘전통시장 1km내 금지’ 개정 추진상인 “생존이 걸린 문제” 반발… 2070명 철회요구 진정서 전달남구 “공공사업 위해 불가피”
광주지역 자치단체가 전통시장 주변 1km 내에 대규모 점포 입점을 제한하는 조례를 만든 뒤 각종 이유를 들어 예외 사례를 만들고 있다. 해당 자치단체는 ‘지역상권 활성화나 공공사업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호소하지만 상인들은 “골목상권을 보호하려는 의지가 없다”며 비판하고 있다.
광주 5개 자치구는 2011년 전통시장 주변 1km내에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500m² 이상)가 입점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아 대규모 점포 등의 등록제한 및 조정조례를 개정했다.
그러나 남구는 최근 이 조례를 개정하는 발의를 다시 내놓았다. 남구가 전통시장인 무등·봉선 시장에서 700m 떨어진 신청사에 대규모 점포를 유치하려고 하는 것이다.
광주전통시장상인연합회, 무등·봉선 시장 상인회는 광주 남구에 해당 조례 개정을 철회하라는 상인 2070명 명의의 진정서를 전달했다고 17일 밝혔다. 광주지역 32개 전통시장 상인들은 지속적으로 남구 조례 개정 반대 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남구의 조례 개정이 신청사 임대 부진을 해소하려는 측면도 있다고 주장한다. 올 4월 개청한 남구 신청사는 5∼9층까지 행정기관, 구의회 등이 있다. 나머지 지하 1층과 지상 1∼4층 사무실(2만4000여 m²)을 임대하기로 했지만 임대율은 9.3％에 불과하다.
남구 신청사 사업비 368억 원 가운데 한국자산관리공사가 320여억 원을 부담하고 22년간 임대료, 관리비로 사업비를 회수할 계획이다. 그러나 비싼 임대료,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사무실 임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등시장의 한 상인은 “매장 면적이 얼마나 되는 마트가 대형마트인지 개념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조례 단서조항에 대형마트 입점 불가를 규정할 경우 중형마트 등은 입점이 가능하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남구의 한 구의원은 “남구가 신청사에 전통시장과 겹치지 않는 업종으로 대규모 점포로 유치하겠다고 밝혔지만 상인들에게는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