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7일 일요일 맑음. 조용필 vs 폴 매카트니.#83 Eminem ‘Survival’(2013년)
둘 다 올해 ‘꽃보다 할배’를 찍었다. 조용필은 4월 발표한 19집 ‘헬로’로 국내 디지털 음원 차트가 생긴 이래 종합 순위 1위를 차지한 최고령 가수가 됐다. 매카트니는 지난달 낸 16집 ‘뉴’로 일본 오리콘 차트 최고령 톱10 진입, 11월 일본 순회공연으로 도쿄돔 최고령 공연 가수 기록을 세웠다.
둘의 공연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가창력은 ‘가왕’이 앞섰다. 조용필의 목소리는 팽팽한 트램펄린 위로 튀어 오르듯 쨍쨍했지만 매카트니의 노래는 고음에서 탄력을 잃고 이따금 꼬부랑거렸다.
탁월한 가창력과 수많은 히트 곡을 갖고 세계 유명 가수와 비교되는 음악인이 30년 뒤에도 있을까. 답이 잘 안 나와 에미넘(41)과 레이디 가가(27)의 새 앨범을 들었다. 가가의 그럴듯한 이미지와 전주는 계속해서 달달한 팝 댄스곡 형식으로 귀결했지만 에미넘의 랩은 여전히 전기톱처럼 꿈틀댔다. 신작 ‘마셜 매더스 엘피 2’가 그의 최고작은 아닐지 몰라도 에미넘은 그 자체로 최고작이었다. ‘난 래퍼가 아닌 어댑터’ ‘(랩) 한 줄을 끝낼 때마다 결승선이 보여’라는 그의 운율 가득한 호언은 한가한 시심(詩心)의 발로는 아니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