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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희, 여우 다 됐네

입력 | 2013-11-18 03:00:00

쇼트트랙 월드컵 10연속 금메달… 충돌 상황 예측, 피해가며 레이스
소치 1500m 포함 다관왕 기대




이제는 대관식만 남았다. 내년 2월 러시아에서 열리는 소치 겨울올림픽은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차세대 여왕’ 심석희(16·세화여고·사진)의 즉위식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치 올림픽 전초전으로 치러진 네 차례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시리즈에서 심석희는 경쟁자들과는 수준이 다른 경기력을 보였다.

심석희는 16일 러시아 콜롬나 스피드스케이팅센터에서 열린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여자 1500m 결선에서 2분25초106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지난 시즌 월드컵 대회를 합쳐 이 종목에서만 아홉 번째 우승이다. 이와 함께 월드컵 10개 대회 연속 금메달 행진도 이어가고 있다.

올 시즌 네 번의 월드컵에서만 9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상하이 1차 대회와 토리노 3차 대회에서는 3관왕(1000m, 1500m, 3000m 계주)에 올랐고 서울에서 열린 2차 대회에서 2개의 금메달(1000m, 3000m 계주)을 땄다.

한결 업그레이드된 심석희에 대해 전명규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은 “올 시즌에 훨씬 ‘여우’가 됐다”고 표현한다.

올림픽 출전 포인트가 걸린 월드컵 4차 대회에서는 충돌에 따른 부상이 속출했다. 심석희도 경쟁자들의 집중 견제를 받았다. 대회 내내 여러 선수가 심석희에게 몸싸움을 걸었으나 그는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으면서도 결정적인 충돌은 잘 피했다. 심석희는 “지난 시즌엔 몸싸움에 치이면서 당황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을 예측하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면서 경기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대 선수와 부딪치는 경우가 거의 없는 스피드스케이팅과 달리 쇼트트랙은 작은 공간에서 여러 명의 선수가 경쟁하다 보니 충돌 등에 따른 변수가 많다. 하지만 진화된 심석희는 이 같은 변수마저도 뛰어넘는 레이스를 하고 있다.

17일 여자 1000m에서는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심석희는 전날 한국의 취약 종목으로 꼽히는 여자 500m에서도 동메달을 추가했다. 지금 추세라면 소치 올림픽에서 다관왕은 물론이고 전 종목(500m, 1000m, 1500m, 3000m 계주) 메달 획득도 가능해 보인다. 바야흐로 심석희의 시대가 개봉박두다.

17일 여자 1000m에 출전한 김아랑은 1분30초615의 기록으로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1분30초249)에 이어 은메달을 획득했다.

콜롬나=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