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기업 인사 관전 포인트
17일 재계에 따르면 사업구조 개편에 시동을 건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은 큰 폭의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기업 총수의 공백이 길어지고 있는 SK그룹과 한화그룹,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효성그룹 등에서는 “인사 향방은 시계(視界) 제로”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각 그룹 오너 일가의 움직임에도 적잖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그룹은 보통 12월 초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뒤 후속 임원 인사를 발표해 왔다. 올해는 다음 달 초 제일모직 패션사업부가 삼성에버랜드로 최종 이관되는 것이 주요 변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은 에버랜드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주화 제일모직 패션사업총괄 사장의 이동 여부도 관심사다.
또 삼성그룹은 삼성디스플레이가 가진 삼성코닝정밀유리 지분 43% 전량을 미국 코닝에 넘기고 삼성SDS가 삼성SNS를 흡수 합병하기로 하는 등 사업구조 개편에 활발히 나서고 있어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추가적인 인사 수요가 많은 편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의 현대하이스코 냉연강판 부문 흡수 합병이 연말에 마무리될 예정이어서 두 회사는 물론이고 연쇄적인 인사 이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자동차에서는 최근 품질관리 문제로 경질된 권문식 연구개발본부장 후임이 누가 될지 주목된다.
SK그룹과 LG그룹은 상대적으로 인사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올해 2월 지주회사인 SK㈜와 SK해운, SK네트웍스, SK E&S, SK브로드밴드 등 4개 계열사 CEO를 교체한 바 있다. 다만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는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의 역할이 확대될지가 관심이다.
현대중공업그룹과 GS그룹도 실적 부진에 따라 일부 계열사의 CEO가 바뀔 가능성이 있지만 승진 폭은 예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 일부 기업 인사는 ‘오리무중’
포스코는 정준양 회장이 최근 이영선 이사회 의장에게 사의를 밝힘에 따라 당장 후임 CEO 인선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포스코 임원 인사는 후임 CEO가 확정되는 내년 정기 주주총회(3월 14일) 이후에나 이뤄질 예정이다. 일각에서 조직 개편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지만 후임 CEO에 대한 윤곽이 나온 뒤에야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보통 2월 초에 정기 인사를 하지만 지난해 8월 김승연 회장이 구속되면서 올해는 4월 말에야 인사가 났다. 김 회장에 대한 재판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올겨울 인사도 상당 기간 미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 오너 일가 인사에 쏠리는 시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그룹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지만 등기이사를 맡지는 않았다. 이 부회장이 내년 주주총회를 통해 삼성전자 등기이사를 맡을지는 그룹 인사와 별개로 관심사다. 재계에서는 지난해 승진자 명단에서 빠진 이서현 부사장의 사장 승진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이 경영 전면에 나설지도 관전 포인트다. 김 실장은 김 회장이 자리를 비운 동안 한화그룹의 주력사업인 태양광사업을 진두지휘하면서 후계자로서의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올해 6월부터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일하고 있는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장남인 정기선 부장과 올 3월 승진한 구본무 회장의 양아들 구광모 LG전자 부장의 경우 올해 승진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녀인 대한항공 조현아, 조원태 부사장과 조현민 상무도 올초 나란히 승진해 이번 인사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종합 정리=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