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대 자구책 낸지 한달도 안돼 추가 조치 발표
동부그룹은 17일 비메모리 반도체회사 동부하이텍 매각을 포함한 3조 원 규모의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내놓았다.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 동부익스프레스, 당진발전소(동부발전당진), 동부제철 인천공장, 당진항만 등을 매각하고 김 회장도 사재 1000억 원을 내 동부제철의 약 2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동부는 향후 불경기가 3, 4년 지속된다는 전제 아래 금융, 철강, 전자, 농업 바이오 등 4대 주력 분야를 중점적으로 키우기로 했다. 김 회장은 “주요 회사들의 투자가 모두 끝났으므로 지금부터는 모든 역량을 차입금을 줄이고 재무 안정성을 높이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룹 관계자는 “채권은행이 대규모 투자를 동반하는 반도체 사업을 아예 포기할 것을 요구했다”며 “그룹 전체가 넘어갈 수 있다는 경고에 반도체 사업의 꿈을 접게 됐다”고 설명했다.
동부그룹과 채권단은 우선 동부메탈 지분 70.8%(동부하이텍 31.3%, 김 회장 39.5%)를 매각하기로 했다. 동부하이텍은 동부메탈 지분 매각자금으로 차입금을 줄인 뒤 매각 절차에 들어간다.
동부제철은 인천공장, 당진항만 매각과 유상증자, 계열사 지분 처분, 자회사인 동부특수강 기업공개(IPO)를 통해 현재 2조3500억 원인 차입금을 내년까지 1조 원 이하로 줄일 예정이다. 동부건설은 동부발전당진 지분 등 각종 자산을 매각한다. 이미 서울 용산구 동자동 오피스빌딩을 매각했다. 물류와 여객사업 등을 해온 동부익스프레스도 지분 처분이 막바지 단계다.
그동안 동부그룹은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생긴 6조3000억 원 규모의 차입금 때문에 위기론에 시달려왔다. 동부그룹 측은 “이번 조치를 통해 차입금을 2조9000억 원대로 줄이고 부채비율을 270%에서 170% 수준으로 낮추며 0.14배인 이자보상배율도 1.6배로 높일 계획”이라며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2015년까지 졸업하겠다”고 밝혔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동부하이텍을 포기하는 등 회사에서 상당히 고민해서 만든 최선의 안”이라며 “큰 틀에서 선제적 구조조정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채권단의 의견이 대부분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김용석 nex@donga.com·신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