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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P마리코 씨 “토요일은 일본어 강의 안해요”

입력 | 2013-11-18 07:00:00

16일 익산에서 막을 내린 2013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 폐회식에서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한 호소야 마리코(서울 블랙펄스) 씨가 트로피를 들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익산|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 폐막

2010년 남자고교 초청강사서 야구와 인연
남자들과 야구 경험이 블랙펄스 입단으로
“MVP 부상 스마트TV, 감독님께 드릴 것”


16일 막을 내린 2013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주최 LG전자·익산시, 주관 한국여자야구연맹·익산시야구협회)는 순수 아마추어들의 열정으로 가득한 무대였다. 비록 프로선수는 아니지만 오로지 야구에 대한 열정만으로 그라운드에 나선 아마추어선수들의 무대인만큼 사람냄새 풀풀 나는 야구스토리가 무궁무진했다.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호소야 마리코(39·서울 블랙펄스) 씨도 마찬가지다.

● 야구와의 ‘우연한’ 만남

마리코 씨는 2007년부터 서울의 한 외국어학원에서 일본어 강사로 일하고 있다. 그녀가 야구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리코 씨가 한 남자고교에서 초청 강사로 일할 때였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던 그녀는 함께 어울려 즐길 수 있는 운동을 찾았는데, 당시 고교 선생님들끼리 동호인야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리코 씨는 “선생님들이 ‘(야구는) 여자들이 하기 힘든 운동인데 괜찮겠느냐’고 묻더라. 운동이 하고 싶은 마음에 상관없다고 했다. 아마 선생님들이 배드민턴을 하고 있었다면, 나도 배드민턴을 시작했을 것이다. 남자들과 야구를 하다보니 실력이 한참 모자라는 것을 느꼈는지, 잘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야구연습장까지 다니면서 야구를 배웠다”고 말했다.

야구연습장에서 그녀를 지도한 이가 바로 블랙펄스 신상민 총감독이었다. 신 감독은 마리코 씨가 남자동호회에서 야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곧바로 블랙펄스 입단을 권유했다. 마리코 씨는 이미 2개의 동호회에서 활동하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계속된 신 감독의 권유를 뿌리칠 수는 없었다. 결국 마리코 씨는 지난해 블랙펄스 유니폼을 입고 팀의 일원이 돼 2년째 LG배 대회에 출전했다.

● 대회 MVP는 훈련의 성과

훈련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마리코 씨는 “학원에서 토요일 수업을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야구 때문에 토요일에는 수업을 할 수 없다고 전했다. 토요일에도 수업을 해야만 된다면 (학원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고 했더니, 이제는 학원에서도 배려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훈련과 경기를 거듭할수록 야구는 마리코 씨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마리코 씨는 “꾸준히 연습을 한 부분이 좋은 플레이로 나타날 때 그 보람은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가 없다. 매 주말마다 팀 동료들과 어울리는 것도 야구를 즐기는 기쁨이다. 팀 동료들과는 평일에도 자주 만나 식사를 함께 하고 대화를 나눈다. 내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좋은 친구들이다”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야구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애정은 이번 대회 MVP라는 결실로 나타났다. 마리코 씨가 속한 블랙펄스는 16일 전북 익산 국가대표야구전용훈련장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구리 나인빅스를 15-8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팀 소속 선수로 MVP가 된 그녀에게는 LG전자에서 제공하는 최신 스마트TV가 상품으로 주어졌다. 마리코 씨는 “사실 난 한 것이 많지 않다. 더 잘 한 동료들이 많은데 내가 받는 것 같아서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다”고 수줍게 소감을 말했다. 이어 “내가 야구에 더 재미를 느끼고 기량을 발전시키는 데는 (신상민) 감독님의 도움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 항상 고마운 마음이다. MVP로 받은 상품도 감독님께 드릴 생각이다. 앞으로도 감독님의 지도를 받아 더 즐겁게 야구를 즐기고 싶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익산|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트위터 @stopwook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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