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대선주자 패션 분석’
美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대선주자 패션 분석'
2008년 미국 대선 캠페인 당시 날렵한 커트머리에 세련된 정장 차림으로 유세장을 누볐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장관 재직 시 후줄근한 검정 정장 차림으로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그랬던 클린턴 전 장관이 최근 디자이너 오스카 드 라 렌타의 수백만 원짜리 럭셔리 슈트를 입고 공식 석상에 등장하고 있다. 헤어스타일도 짧은 단발로 바꿨다. 패선 전문가들은 “백 마디 말보다 더 강력한 무언(無言)의 패션 메시지로 차기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의 고가(高價) 패션은 보수층 유권자를 끌어안기 위해 대선 공약을 ‘우향우’하겠다는 메시지도 내포했다는 지적이다.
차기 대선후보로 떠오르는 미 정치인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패션 스타일을 선보인다. 이들의 패션을 단지 패션으로 보면 안 된다. 그 속에는 대선후보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고도의 정치 메시지가 숨겨져 있다고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16일 분석했다.
지난달 연방정부 잠정폐쇄(셧다운) 사태를 주도한 텍사스 출신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어디를 가나 꼭 카우보이 부츠를 신고 다닌다. 여기에는 양보나 타협보다 총 한 방의 결투로 승자를 결정짓는 카우보이식 민주주의가 반영돼 있다. 크루즈 의원의 카우보이 부츠 패션의 선배는 같은 텍사스 출신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다.
최근 재선에 성공한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애용하는 파란색 파카에는 ‘실용파 정치인’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양복보다 ‘뉴저지 주지사 크리스 크리스티’라고 큼지막하게 적힌 파카를 허리케인 샌디 이후 즐겨 입고 다닌다. 주민을 위해서라면 공화당의 노선에 구애받지 않고 민주당과도 협력하는 실사구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담겨 있다.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성조기를 연상시키는 줄무늬 다자인 넥타이를 즐겨 착용하는 것은 쿠바 이민가정 출신으로 애국심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강경 진보 성향으로 ‘싸움닭’ 이미지가 강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베이지나 회색 정장을 포기하고 최근 화려한 원색 의상으로 돌아선 것은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이미지 변신 차원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또 정부 간섭 배제를 주장하는 리버테리언인 랜드 폴 상원의원이 즐겨 입는 헐렁한 정장 패션은 ‘구속을 싫어한다’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