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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대기업 총수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입력 | 2013-11-18 03:00:00

[타클로반 구호현장 7信]
아보이티스 그룹 존 라몬 회장… 이재민 구호품 포장 진두지휘
“아픔 끝날때까지 계속할 것”




“구호물자를 싣고 또 1대가 출발한다.”

16일 필리핀 세부의 명문대인 산카를로스대 메인 캠퍼스. 주요 건물 3개로 구성된 교정에서 누군가가 이렇게 소리치자 수백 명의 학생이 갑자기 환호성을 지르며 우레와 같은 박수를 친다. 박수를 치면서 쌀을 나눠 담고 무거운 생수통을 옮기던 일손을 잠시 멈추고 허리도 폈다. 붉은색 셔츠를 입은 대학생들은 물과 쌀, 비스킷을 넣어 구호물품 꾸러미를 포장하며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화물차에 구호물품을 다 실으면 일제히 박수와 함께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었던 것.

현장에서 구호물품 포장을 지휘하던 사람은 뜻밖에도 백발의 존 라몬 아보이티스 아보이티스에퀴티벤처스(AEV) 회장(65·사진)이었다. 아보이티스 회장은 “태풍 발생 이틀 후인 10일부터 대학생 자원봉사자들과 이곳에서 밤낮으로 구호물품을 꾸려 세부 북쪽의 태풍 피해 지역으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 전력·항공·은행·건설 회사 등의 지주회사인 AEV의 회장이 7일째 직접 구호물품 포장까지 하고 있었던 것. AEV는 필리핀 대표지수 ‘PSE30’에 편입된 회사로 2012년 말 기준으로 시가총액 2650억 페소(약 6조4554억 원)로 시총 순위 8위의 기업이다. 필리핀의 유명 가문인 아보이티스가(家)가 운영하고 있다.

아보이티스 회장은 “이재민의 아픔이 끝날 때까지 구호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며 “식품을 보내는 단계가 지나면 의약품과 모기장, 매트 등을 포장해 보내고 그 단계도 지나면 직접 현장에 가서 집을 고쳐주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필리핀 국가재해위기관리위원회(NDRRMC)는 17일 오전 현재 태풍 하이옌으로 인한 사망자는 3681명, 실종자는 1186명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시신 수색작업과 함께 통신 시설이 복구되면서 실종 신고도 계속 늘어나고 있어 사망자와 실종자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부상자도 1만2544명에 이른다.

NDRRMC는 태풍이 강타한 중부 레이테 주 등 44개 주 1만여 곳에서 약 1150만 명이 피해를 봤으며 피해액도 2억3600만 달러(약 251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완파 또는 부분 파손된 가옥이 54만 채를 넘어섰다.

현재 구호복구 작업에 인력 2만2000여 명, 차량 1280여 대, 선박 77척, 항공기 110대, 장비 2만7000여 대가 투입됐다. 한국을 비롯한 23개 국가의 의료지원단도 태풍 피해 지역에서 이재민 의료봉사에 나서고 있다.

세부=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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