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황태자비 납치사건’ 전면 개작 ‘신황태자비 납치사건’ 쓰는 김진명 작가
‘신(新)황태자비 납치사건’의 온라인 연재를 시작한 소설가 김진명. 내년 2월 한중 동시 출간 예정인 이 소설은 일본의 황태자비를 납치한 한국인과 중국인 주인공이 일본 황태자비의 석방 대가로 일본 정부에 명성황후 시해사건과 난징대학살 사건의 진실이 담긴 자료 공개를 요구한다는 내용이다. 새움 출판사 제공
‘황태자비 납치사건’은 명성황후 시해사건(1895년)이 일어난 지 100년이 지난 1995년 주인공 선규와 인후가 일본의 마사코(雅子) 황태자비를 납치한 뒤 석방 대가로 일본 정부에 명성황후 시해의 마지막 순간을 기록한 일본 낭인의 문서를 공개하라고 요구한다는 내용이다. 누적 판매 부수는 150만 부로 추산된다.
“일본이 독도 문제에 대한 도발 수위를 날로 높여가는 현실을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독도 문제는 단순한 영토 분쟁이 아니라 일본의 조선 침략 과정에서 벌어진 역사 문제이자 과거사 문제로 봐야 해요. 이를 해결하려면 난징대학살 책임 문제를 놓고 일본과 갈등하는 중국과의 공조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전면 개작을 결심했지요.”
펑더화이는 황태자비 석방을 조건으로 일본 정부에 “난징대학살 당시 일본군 장교들이 중국인의 목을 베는 시합을 한 사실을 선정적으로 보도한 1937년 12월 13일자 일본 신문 지면을 공개하라”고 요구한다. “실제로 난징대학살 당시 일본군 장교 2명이 누가 중국인의 머리를 더 많이 베는지 1 대 1 시합을 벌인 내용을 ‘연장전’이라는 자극적 단어를 써가며 스포츠 중계하듯 보도한 일본 신문이 있었습니다. 펑은 이 지면을 공개해 일본인은 물론 전 세계에 난징대학살의 실상을 알리려는 것이지요.”
소설가 김진명이라는 이름에는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지만 ‘민족주의를 이용해 돈벌이를 한다’는 비판도 끊이질 않는다. ‘독자만 많지 평론가는 외면하는 작가’라는 얘기도 나온다. “짧은 시간에 다작(多作)을 하느라 문체 같은 부분은 거의 신경을 못 썼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민족주의를 상업화한다’는 비판은 저를 공격하려는 사람들의 구호일 뿐이에요. 학계도 제대로 못 다루는 화두를 끌어내 독자에게 소개했고, 또 대중이 읽고 싶어 하는 책을 썼다는 점은 제대로 평가 받고 싶습니다.”
1993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데뷔한 그는 올해로 작가 생활 20년을 맞았다. “정식 문학수업도 받지 않은 엉터리 작가가 계속 작품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독자의 호응과 격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으로선 5권까지 출간한 소설 ‘고구려’(새움)를 10권까지 무사히 완간하는 것 말고는 다른 계획이 없습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