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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중재도 무산… 연내 6자회담 개최 어려울듯

입력 | 2013-11-18 03:00:00

北 ‘비핵화 조치’ 기존입장 고수… 한미일 “수용할수 없는 수준” 결론
김정은 내년 訪中여부가 새 변수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해 최근 속도를 내던 중국의 중재 시도가 사실상 실패하면서 올해 안에 북핵 문제를 논의하는 협상 테이블은 마련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 중국 등 한반도 관련 주요국들 사이의 물밑 조율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올해 6자회담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9월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의 방미에 이어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10월 말 미국, 11월 초 북한을 잇따라 방문하며 6자회담 재개에 자신감을 보일 때만 해도 “연말에는 뭔가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북한의 핵능력 증강을 언제까지 두고만 볼 수 없다는 정치적 부담감이 서로 큰 만큼 일단 대화 재개를 위한 논의는 본격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이 의욕을 보이며 잰걸음을 했음에도 한미일 3국이 중국의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하면서 모멘텀이 급속히 상실되는 분위기다.

17일 외교안보 분야의 당국자들에 따르면 중국은 북한과 한미 양쪽 입장과 요구사항 등을 고려해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한 중재안을 만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적인 내용들까지 포함시키다 보니 분량이 상당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의 모라토리엄, 영변 핵시설의 가동 중단 같은 ‘비핵화 사전조치’에 대해 기존의 태도를 고수했고 결국 한미일 3국은 “수용하기에는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고 결론 내렸다. 외교부 핵심당국자는 “가능성이 0%라고는 말 못하지만 올해 안에 뭔가 새로운 움직임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는 안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회담 기간에는 북한의 핵능력이 더 고도화되지 않도록 차단할 수 있도록 틀을 잘 짜야겠다는 것이 정부 입장의 중요한 기둥”이라며 “북한의 말만으로는 안 되고 실제 행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도 15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과 중국의 6자회담 재개 주장에 대해 “그들(북한)도 자신들이 (회담 재개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 것”이라면서 “우리의 입장은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에 도착한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18일 김장수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을 만나고, 글린 데이비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곧 중국을 방문해 후속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지만 여기서도 논의가 진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통일연구원 정영태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서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는 있지만 북한 문제를 해결할 중재력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라며 “북한이 더 전향적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당분간 6자회담의 재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다만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적극적인 중재 의사를 보이는 건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방중 가능성도 주목할 부분이다. 내년 상반기쯤 중국이 김정은의 방문 허용과 대북 투자를 조건으로 북한을 설득하고 북한이 이를 받아들여 비핵화 사전조치에 응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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