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식 교수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40대 초반의 남성이 직장 건강검진에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는 결과가 나와 병원을 찾았다. 2년 전 직장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이 정상보다 높다는 말은 들었지만 크게 눈여겨보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6개월 사이 몸무게가 5kg이 늘고 허리둘레가 36인치나 되면서 총 콜레스테롤이 dL당 300mg으로 높아져 슬슬 걱정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몸무게가 늘어난 이유를 물어봤다. 야근이 잦아지면서 저녁 늦게 먹는 고열량의 식사와 술이 원인이었다. 운동과 식사조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지혈증 약을 복용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면서 혈관 나이를 측정했다.
필자는 지난해 전국 26개 병원 가정의학과에서 지질저하제를 처방받은 고지혈증 환자 1851명을 상대로 6개월 후 목표 콜레스테롤 수치에 이르렀는지를 연구했다. 그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높은 환자일수록 고지혈증이 잘 조절되지 않았다. 저위험군은 10명 중 9명꼴로 치료 목표를 달성했다. 고위험군 환자는 10명 중 7명, 초고위험군 환자는 10명 중 2, 3명에 불과했다.
혈관 나이를 측정하면 심뇌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또 환자에게 경각심을 줘서 순응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환자의 나이, 성별, 키, 체중, 복부둘레,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만성질병 여부, 심뇌혈관질환 가족력, 흡연이나 음주, 운동 같은 자료를 토대로 허혈성심혈관질환과 뇌혈관질환의 위험도를 계산하고 그 결과를 그래프로 시각화한 자료가 혈관 나이다. 이를 통해 아스피린과 지질저하제 복용이 필요한지와 약물치료 시 저밀도-콜레스테롤 목표 수치까지 확인이 가능하다.
의사는 환자의 혈관 나이 측정을 통해 약물 처방이 필요한 환자를 정확히 알아내 심뇌혈관 질환을 1차로 예방할 수 있다. 환자는 자신의 혈관 나이를 확인함으로써 위험요인을 알게 되고 의사의 지침에 따라 금연, 적정 체중 유지, 규칙적인 운동, 적절한 음주를 실천할 수 있다. 이렇게만 한다면 심뇌혈관질환의 예방과 더불어 비만이나 흡연으로 인한 암까지 크게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