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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 키우는 日… ‘위안부-강제징용-독도’ 책임회피 급급

입력 | 2013-11-18 03:00:00

[한일 관계 이대로는 안된다]<中>3大 현안 시각차




한국과 일본의 여러 마찰 요인 가운데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자 피해 보상 문제, 독도 영유권 분쟁이 가장 대표적이라는 데 한일관계 전문가들은 의견을 같이한다. 하지만 3대 현안에 대해 일본 정치권의 책임 회피와 이에 따른 양국 정부 간 대립은 양 국민의 감정 악화로 이어져 혐한(嫌韓)과 반일(反日)의 악순환을 낳고 있다.

핵심 사안을 둘러싸고 양국 정치인들과 국민들이 겉으로 하는 말과 속내가 다를 때도 많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한국은 단지 어리석은 국가”라고 말했다는 슈칸분슌(週刊文春)의 최근 보도도 그 한 예다. 이 때문에 한일협력위원회의 예정된 행사가 갑자기 파행으로 치달았고 일본 정부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국인은 여전히 의구심을 갖고 있다. 논리의 옳고 그름도 중요하지만 양국 간에 켜켜이 쌓인 상호 불신을 씻어내지 않으면 한일 관계가 미래 지향적으로 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일본군 위안부=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최근 한일 갈등의 출발점이다. 2011년 8월 헌법재판소가 “한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게을리 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취지의 결정을 내놓은 후 지난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해 한일관계는 파란에 휘말렸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끝났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부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면 평화조약이나 청구권 협정 등 국제조약으로 전후 국제 체제에 복귀한 시스템의 근간이 무너진다고 주장한다.

한국 정부의 입장은 명확하다. 2005년 8월 정부가 한일회담 문서를 공개하면서 후속 대책을 위해 구성한 민관공동위원회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국제법상 인도에 반하는 중대한 불법행위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없고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국제법 전문가인 박대근 부산대 교수는 “위안부 문제는 행위 자체에 반(反)인도성이 강한 데다 해결됐다는 법적 근거도 없다”며 “국제법 학계에서도 전시 여성인권 보호가 강화되는 추세여서 일본은 대책 마련을 늦출수록 국가 이미지만 나빠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제징용=강제징용과 관련해 1965년 한일협정을 맺으면서 일본은 ‘개별 보상도 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한국 정부가 일괄 배상을 받겠다며 ‘정치적 타결’로 협상을 마무리지었다. 이는 2005년 공개된 한일협정 문서를 통해 확인된 것이다. 정부는 강제징용 생존자와 사망자, 부상자 등 103만2684명에 대해 3억6400만 달러를 요구해 무상 3억 달러, 유상 2억 달러를 받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는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이 끝났다는 태도를 견지해 왔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5월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를 뒤집는 판결을 내렸다. 협정 적용 대상에 일본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 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 기업들은 국제 소송전도 불사한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측은 국제 소송을 통하면 자국이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지난해 2월 이른바 ‘페라니’ 사건에서 일본 측에 유리한 판결을 내린 바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이탈리아 대법원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에 강제 징용됐던 자국민이 독일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독일이 이의를 제기하자 ICJ는 “이탈리아 법원은 독일의 자주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전후 평화조약으로 문제가 이미 해결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국 측은 청구권 협정 3조에 따르면 청구권 협정 해석과 관련해 문제가 발생하면 양국이 외교적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되 여의치 않으면 양국이 중재위원회를 만들어 해결하도록 돼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 측은 특히 일본이 ICJ 제소를 하더라도 응하지 않고 설령 ICJ에 간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확립된 통설이 없어 어느 누가 유리하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1991년 8월 27일 야나이 슌지(柳井俊二) 일본 외무성 조약국장은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개인의 청구권 그 자체를 국내법적인 의미로 소멸시킨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한 바 있다. 외교적 보호권과 별도로 실체적 권리로서의 개인 청구권은 살아 있다는 의미로 일본 기업들의 도의적, 자발적 대응은 가능하다는 의미다.

독도=2006년 4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특별담화는 독도에 대한 한국인의 정서를 대변한다. “지금 일본이 독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제국주의 침략전쟁에 의한 점령지 권리, 나아가서는 과거 식민지 영토권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의 완전한 해방과 독립을 부정하는 행위다.”

일본은 독도 영유권을 역사 문제가 아니라 쿠릴 열도(일본명 북방영토),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와 함께 3대 영토 분쟁의 하나로 받아들이고 있다. 근대법에 따라 1905년 시마네(島根) 현 고시로 편입했으니 문제가 있다면 국제법으로 따지자는 것이다.

다만 일본의 영토분쟁 우선순위에서 독도는 최하위라는 게 일본 정부 안팎의 공통된 목소리다. 일본의 한 외교전문가는 “ICJ가 영유권 분쟁을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실효 지배”라며 “한국은 이미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명칭)를 실효 지배하고 있고 이대로 조용히 100년, 200년 지나면 어차피 한국 땅이 될 텐데 왜 자꾸 문제를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조숭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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