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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도연]대학 통폐합은 대학정보 공개에서부터

입력 | 2013-11-18 03:00:00


김도연 일본 도쿄대 특임연구원 전 국가과학기술위원장

요즘 우리 대학사회는 비어가는 강의실로 인해 활기를 잃고 있는데, 이는 잘 아는 바처럼 대한민국 출산율이 지난 20여 년간 세계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으며 이에 따라 고교 졸업생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정원이 현재처럼 56만 명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4, 5년 후에는 400여 개 대학 중 절반이 훨씬 넘는 대학들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게 된다. 10년 후 고교 졸업생은 40만 명에 불과한데 대학 진학률 75%를 감안해 30만 명 정도가 대학에 입학한다고 할 때 그때는 수많은 대학이 아예 사라져야 할 상황이다. 학생이 줄어들면서 많은 대학이 부실화되고 그래서 더욱 질 낮은 인재를 배출하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해결 방안으로 가장 많이 제시되는 의견은 정부가 강력하게 대학 통폐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육부는 2020년까지 대입 정원을 15만 명 줄이는 계획을 지난달에 발표한 바 있다.

이미 2004년도에도 당시의 교육부가 “2009년까지 358개의 대학 중 87곳을 없애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이는 실행되지 못했고 오히려 대학 수는 더욱 늘어났음을 상기해야 한다. 같은 정책을 이번엔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까.

이 일이 결코 쉽지 않은 이유는 정부가 기준을 마련하고 대학을 심사해서 폐교시키거나 정원을 줄이는 일은 결국 획일적일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엄청난 사회적 갈등이 유발되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고 대학들이 요구하는 대로 각 대학의 설립 배경과 지역 환경을 고려하면서 동시에 전공분야의 특색 등 모든 사항을 감안한 그런 기준 마련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등록금 유용 등 확실한 범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가 자의적 기준으로 대학을 통폐합하는 일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에 수긍이 간다. 오히려 이 문제 해결은 그간 대학들이 팽창해온 바탕이 시장경제이듯 결국은 시장 기능에 맡기는 것이 타당하다. 이를 위해 정부가 할 일은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대학의 모든 정보, 즉 학생 충원, 취업, 교수 및 재정 현황 등을 투명하게, 그리고 자세하게 공개하는 일이다. 시장의 원칙을 존중한다면 정원 감축을 연계한 대학재정 지원 같은 정책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교육은 미래를 좌우하는 공공재이기에 시장의 역기능과 불합리성은 최대한 제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시장의 수요에 따라 수도권 대학들은 계속 팽창하고 지역 대학들은 모두 소멸되어도 좋을까. 대한민국은 지역에 좋은 대학이 없어도 선진국가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세칭 수도권 일류대학들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허리를 책임질 인재를 양성하는 지역 대학들은 더욱 중요하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교육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지역의 대학을 육성하는 데에 초점을 두어야 하며 그 외의 많은 사항은 정부가 시장을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연성은 시장의 특징이다. 사립대학에 대해서는 통폐합 과정의 재산 처분에서 설립자에게 적정한 보상이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대학 통폐합 문제는 여유 있는 수도권 대학들도 포함해서 전체 대학사회가 스스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이제 우리의 많은 대학들이 지향해야 할 목표는 전체 학생 수가 1000명 남짓한 수많은 외국의 명문 대학이며 이처럼 작고 알찬 대학을 만들기 위해 각 대학 구성원들은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 우리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는 현재 120만 명의 고교 졸업생 중 약 65만 명이 우리나라 대학 수의 세 배가 넘는 1200여 개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학생 수가 적은 소규모 대학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김도연 일본 도쿄대 특임연구원 전 국가과학기술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