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동 아이파크’ 헬기 충돌] 안갯속 사고… 원인도 오리무중
○ 목적지 1km 남기고 갑자기 우회
조종사들이 목적지를 앞두고 헬기를 우회시킨 데 대해서는 여러 가지 추측성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고기는 기계에 의존한 ‘계기 비행’이 아니라 조종사가 눈으로 조종하는 ‘특별 시계 비행’ 상태였다. 착각이든, 긴급 상황이 발생해 목적지를 남기고 고층빌딩 쪽으로 우회했든 조종사들의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 헬기 관계자는 “김포공항에서 잠실헬기장까지 운항하는 경로는 민간 헬기들이 자주 이동하는 한강 위 비행 경로”라며 “사고 헬기가 통상적인 경우라면 우회하지 않는 쪽으로 비행한 것으로 볼 때 기체에 문제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측은 “사고기가 아이파크 쪽으로 우회한 이유를 밝혀내는 것이 이번 사고 조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사고기 블랙박스를 수거해 정확한 비행 경로와 조종실 대화 내용, 사고 당시 기체의 고도와 속도 등에 대한 분석에 착수했다. 블랙박스 분석에는 통상 6개월 이상 걸린다.
○ 낮은 고도, 경고장치 작동했나
정성남 건국대 교수(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는 “유리로 된 아파트 외벽에 주변 풍광이 비치면 하늘에서 볼 때 물 위로 착각할 수 있다”며 “안개 등의 현장 기상 악화와 착시 현상이 겹치며 낮은 고도를 인지하지 못해 사고가 났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고기의 경우 항공기가 일정 고도 밑으로 내려가면 경고음을 내는 ‘지상접근경고장치(GPWS·Ground Proximity Warning System)’가 장착돼 있는데도 사고가 났다. 이와 관련해서는 GPW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거나 조종사들이 경고음을 듣지 못했을 가능성 모두 배제하기 어렵다. 국토부는 GPWS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블랙박스 분석을 통해 밝힐 계획이다.
○ 마지막까지 ‘SOS’ 교신은 없었다
이번 사고기 조종사들은 사고 순간까지도 위급 교신을 보내지 않았다. 위험을 감지하지 못한 채 사고가 급작스레 벌어졌을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통상 항공기 조종사들은 위험에 처할 경우 위험 신호를 외부에 보낸다.
○ 안갯속 운항 논란도
안개가 낀 상황에서 운항을 시도한 점도 논란거리다. 이날 헬기가 이륙한 김포공항은 사고기가 이륙한 16일 오전 8시 46분에야 ‘저시정경보’가 해제됐다. 사고 지점인 강남구 삼성동 인근에는 기상관측소가 없지만 경기 성남 공군기지의 경우 오전 9시 기준 안개가 끼어 있어서 가시거리가 800m 정도였다. 박인규 기장의 아들도 기자들과 만나 “아버지가 ‘안개가 많이 끼어 잠실 대신 김포에서 출발하는 게 어떠냐’고 회사와 상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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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명 jmpark@donga.com·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