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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탈북자 15명 中공안에 체포… 유엔인권이사국 中의 선택은

입력 | 2013-11-18 03:00:00

랴오닝성 공안, 남부까지 추적… 동남아 이동 거점 쿤밍서 검거
중국, 인권이사국 선출 7일째… ‘인권탄압국’ 오명 벗을까 관심




중국 남부 국경도시인 쿤밍(昆明)에서 탈북자 15명이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17일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이들은 15일 쿤밍에서 동남아의 한 국가로 가는 버스를 타려다 검거됐다. 올 들어 외부로 알려진 탈북자 검거 사례 중 가장 큰 규모다.

문제는 탈북자들을 체포한 공안이 쿤밍을 관할하는 윈난(雲南) 성 소속이 아닌 북-중 접경지역을 관할하는 랴오닝(遼寧) 성 소속이란 점이다. 이들 공안은 정복이 아닌 사복 차림이었다고 한다.

랴오닝 성 공안이 대륙을 종단해 따라와 국경을 넘기 직전 이들을 체포한 것에 대해 외교가에서는 탈북 루트와 협조자를 색출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탈북자 검거 소식은 탈북지원단체들이 중국 내 지인들을 통해 이들의 구명을 시도하다가 “랴오닝 성 공안이 체포해 곤란하다”는 답변을 받는 과정에서 파악됐다.

쿤밍은 탈북자들이 동남아 국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경유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번에 검거된 탈북자가 15명이나 되는 것도 각기 다른 곳에서 출발한 이들이 쿤밍에서 합류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단체 관계자는 “국경을 넘는 비용을 아끼려 모였다가 화를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6월 탈북 고아 9명이 라오스에서 압송돼 북한으로 되돌려 보내지기 전 중간 기착한 곳도 쿤밍이었다.

이번에 검거된 탈북자들의 성별과 연령, 출신 지역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가족단위 탈북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 비춰볼 때 미성년자, 영유아 등이 포함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탈북지원단체들은 중국이 국군포로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탈북자를 검거한 뒤 풀어준 전례가 없다는 점을 들어 국제적으로 여론을 환기시켜 중국에 적극적인 외교 압력을 넣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때마침 중국은 12일 임기 3년인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에 선출됐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올해 강제북송과 처벌 등 탈북자 문제 전반을 다루는 북한인권조사위(COI)를 설치한 곳이다. 탈북단체 관계자는 “인권단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사국이 된 중국이 인권탄압국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탈북자 문제에 전향적 조치를 취할 여지가 있다”며 “더구나 한국은 이달부터 유엔난민기구(UNHCR) 집행이사회 의장을 맡게 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다른 나라와 공조해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기회가 조성된 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의장직 수임을 결정하면서 탈북자에게 난민지위를 부여해줄 것을 중국에 공식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북한반인도철폐국제연대(ICNK)의 권은경 팀장은 “탈북자 처우를 비롯한 북한 인권 문제의 해결을 위해 가장 현실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고 실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나라가 중국”이라며 “중국이 이 문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정부가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숭호 shcho@donga.com·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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