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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륙지점 1.2km 앞두고 왜?… 아이파크 충돌 헬기 돌연 경로이탈 ‘미스터리’

입력 | 2013-11-18 03:00:00

LG전자 조종사 2명 숨져




16일 LG전자 소속 헬기가 충돌 후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소방관과 경찰 등 관계자들이 사고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6일 서울 강남에서 헬리콥터가 고층 아파트와 충돌한 사고를 둘러싸고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블랙박스 분석에만 6개월 이상 걸리는 등 정확한 원인 규명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고 당시 헬기의 지상접근경고장치(GPWS)가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조종사들은 충돌 직전까지도 비상교신을 시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토교통부 등 관계 기관에 따르면 LG전자 소속 시코르스키 S-76 헬기가 16일 오전 8시 54분경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102동 24∼26층에 충돌한 뒤 아파트 화단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조종사 박인규 씨(58)와 부조종사 고종진 씨(37) 등 2명이 숨졌으며 아파트 주민의 인명 피해는 없었다.

사고 헬기는 이날 오전 8시 46분 김포공항을 출발해 사고 지점까지 한강을 따라 이동했다. 사고기는 당초 목적지인 잠실헬기장에 내려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 안승권 사장 등 임직원 4명을 태우고 전북 전주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직선거리 1.2km 전인 아이파크 방향으로 기수를 돌렸으며 이후 이 아파트에 헬기 프로펠러가 부딪치며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서울지방항공청은 이 헬기가 아이파크 쪽으로 갑자기 우회한 이유를 밝혀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재영 국토부 서울지방항공청장은 “사고 헬기가 한강을 비행하다 잠실헬기장에 내리기 직전 마지막 단계에서 경로를 이탈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사고 헬기에는 충돌 위험이 있으면 조종사에게 이를 경고하는 GPWS가 설치돼 있었다. 국토부 당국자는 “GPWS가 작동하지 않았는지 혹은 작동했지만 조종사들이 이를 알지 못했는지 등을 블랙박스 조사를 통해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고 헬기 조종사들은 외부에 사고와 관련된 긴급 신호를 보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강 수계 항공기 교신을 맡은 군 당국과 국토부 측은 “사고 과정에서 사고 헬기와 교신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18일부터 연말까지 국내 헬기 보유 업체를 대상으로 안전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항공안전종합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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