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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만명 개인 신용등급 올라간다

입력 | 2013-11-19 03:00:00

KCB, 새 평가체계 개발




석 달 전 중견기업에 취업한 정두승(가명·27) 씨는 대학생 시절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800만 원가량 대출을 받았다. 아르바이트로 겨우 생활한 탓에 세 차례 이자를 연체했고 신용등급은 7등급으로 떨어졌다.

최근 정 씨는 아버지의 병원 치료비 등으로 100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돈을 빌려주겠다는 은행이 없었다. 통상 6등급 이상은 돼야 시중은행 대출이 가능하다. 결국 정 씨는 카드론 대출과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이런 대출은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10%포인트 이상 비싸다. 그는 계속 저신용자로 살며 비싼 이자를 내야 하는 게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 소득 늘고 지출 줄이면 신용 평점 상승

정 씨는 ‘낮은 신용등급과 고금리 대출-상환 어려워 연체-신용등급 재차 하락-더 비싼 고금리 대출’이라는 악순환의 위험에 놓여 있다. 빚을 갚고 성실히 살겠다는 의지가 있어도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는 쉽지 않다. 앞으로는 좀 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 씨와 같은 저신용자들이 신용등급을 올리기가 수월해지는 것.

개인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회사들이 과거 이력만으로 신용평가를 하던 것에서 벗어나 ‘현재의 능력과 의지’를 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양대 개인신용평가업체 중 하나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는 18일 소득의 증가, 공과금 납부 실적, 신용관리 교육 경험 등을 긍정적 요소로 반영하는 개인신용평가체계인 ‘케이 스코어(K-Score)’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새 평가체계를 보면, 앞으로 소득에서 부채상환금액과 지출을 제외한 소득이 신용평가에 반영된다. 돈을 많이 벌고 적게 쓸수록 신용등급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소득 수준은 신용등급에 영향을 거의 끼치지 않았다. 바뀐 기준이 적용되면 정 씨는 비록 연체한 적이 있지만 취직 후 안정적 소득이 예상되므로 빨리 신용을 회복할 수 있다.

○ 17만 명, 등급 상승으로 시중은행 이용 가능

실수로 단기간 연체를 하고 갚은 사람도 신용 회복이 빨라진다. 사용의 편리성 때문에 현금서비스를 쓰고 갚은 사람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줄어든다.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 보험료, 국세 등을 성실히 납부하는 것도 신용평가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새로운 신용평가 체계가 정착되면 약 252만 명의 신용등급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7등급에 속한 17만3000명은 6등급 이상으로 올라 시중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시장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신한은행은 이르면 올해 안에 K-Score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용평가에 긍정적 요소를 반영하는 것은 국제적인 추세이다. 가계 부채 해결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이 얼마나 계획적으로 돈을 쓰는지 신용평가회사가 정확히 파악하기는 힘들다”며 “개인 정보를 얼마나 정교하게 정리해 신뢰도를 높일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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