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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잇단 외풍에… 암각화 보존 물막이댐 차질 우려

입력 | 2013-11-19 03:00:00

2014년 장마 이전 완공 귀추 주목




울산 반구대 암각화 앞에 설치 예정인 가변형 물막이댐 조감도. 울산시 제공

‘문화재청장 경질, 공룡 발자국 화석 발견, 학계의 반대….’

울산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 보존을 위한 가변형 물막이(카이네틱)댐 설치를 앞두고 새로운 변수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여름 장마 이전에 완공할 계획이던 물막이댐 공사 일정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가장 큰 변수는 변영섭 문화재청장의 경질. 변 전 청장은 고려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반구대 암각화 보존운동을 벌이다 문화재청장으로 발탁됐다. 그는 하류에 건설된 사연댐 때문에 훼손되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반구대 청장’으로 불렸다. 문화재청은 올 6월 암각화 바로 앞에 물막이댐을 설치하기로 울산시와 합의하고 현재 문화재와 지질, 암반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숭례문 부실 복구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변 청장이 경질되면서 가변형 물막이댐이 계획대로 설치될지가 불투명해졌다.

또 현재 암각화 주변에서 진행 중인 국립문화재연구소의 발굴조사에서 암각화 동북쪽 30m 일대에서 1억 년 전 백악기 초식공룡인 용각류 또는 조각류 발자국 화석 30여 개가 발견된 것도 변수다.

현재는 암각화 앞 하천 바닥 30%를 발굴했지만 올해 말 발굴이 끝나면 얼마나 많은 공룡 발자국 화석이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내년 1월 열릴 문화재 심의위원회 심의에서 공룡 발자국 화석의 원형 보존이 결정되면 물막이댐 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문화계와 학계의 반대도 여전하다. 울산대 조홍제 교수(건설환경공학부)는 최근 기고문을 통해 “가변형 물막이댐은 암각화 정면-좌-우 등 3면 각각 20m 떨어진 곳에 15m 높이의 철재와 투명판을 설치하는 것이다. 댐 기초를 설치하기 위해 암반까지 굴착한 뒤 콘크리트 블록을 매설하고, 물이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암각화 좌우에 시멘트로 차단하는 과정에서 암각화가 심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울산시가 제안한 생태제방(암각화 앞 80m 떨어진 곳에서 물길을 우회시키는 방안)을 반대했던 사람들이 물막이댐이 암각화 주변 암반을 더욱 훼손시켜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울산시 관계자는 “공룡 발자국 화석 보존 여부와 가변형 물막이댐 설치 문제는 문화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되므로 이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 논란    
    
고래 사슴 등 300여 개의 동물상이 새겨진 선사시대 바위그림인 반구대 암각화는 발굴되기 6년 전인 1965년 식수와 공업용수 공급을 위해 하류에 건설된 사연댐 때문에 연간 8개월 이상 물에 잠겨 훼손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사연댐 수위(현재 60m)를 암각화 침수 수위(52m) 이하로 낮출 것을 울산시에 요구했다. 울산시는 수위를 낮추면 울산시민의 식수가 부족해진다며 암각화 앞 80m 지점에 터널을 뚫어 유로(流路)를 변경시킬 것을 주장했다. 양측은 국무총리실 중재로 올 6월 가변형 물막이댐 설치에 합의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