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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길 사커에세이] 혹평이 호평으로…김신욱 재발견이 주는 교훈

입력 | 2013-11-19 07:00:00

김신욱. 스포츠동아DB


2010년 1월 초, 당시 대표팀 허정무 감독은 25명의 국내파를 이끌고 2010월드컵 개최지 남아공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해외파들이 빠진 가운데 그곳에선 국내파끼리의 생존경쟁이 치열했다. 나는 거기서 처음으로 김신욱(25)을 대면했다. 중앙대를 졸업하고 2009년 울산 현대에 입단한 그는 K리그 첫 해 7골을 넣었다. 주목받기엔 부족한 득점수다. 대학시절 수비수였다가 프로 입단 후 공격수로 변신한 그의 가장 큰 무기는 큰 키(196cm)였다. 허 감독도 테스트를 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존재감은 미미했다. 당시 이동국(전북)과 룸메이트였던 그가 “(이)동국이 형과 방을 함께 쓴 것 자체만으로도 영광이다”며 겸연쩍어하는 모습이 기억난다.

그는 K리그를 통해 승승장구했다. 국내 무대에서 최고를 향해 치달았다. 2010시즌 10골, 2011시즌 19골, 2012시즌 13골에 이어 올 시즌 19골로 득점 단독 선두다. 모두가 인정하는 국내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우뚝 섰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진격을 거듭한 것이다.

하지만 대표팀에서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그동안 지휘봉을 잡았던 조광래, 최강희 전 감독 체제에서 꾸준히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다. 7월 홍명보호가 출범할 때도 소집됐다. 공격 자원이 부족한데다 힘과 높이에서 경쟁력이 있었다. 그러나 동아시안컵에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은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김신욱이 가진 능력은 충분히 검증이 끝났다. 뭔가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가 들어오면 우리 플레이 자체가 단순해진다.” (8월6일 페루 평가전 엔트리 발표장)

김신욱의 투입이 약보다는 독이 됐다고 판단했다. 그는 잠시 의기소침했다. 그러나 포기하진 않았다. 언젠가 다시 승선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 아울러 자신의 안일함을 반성했다. 어떻게 해야 대표팀에 보탬이 될지를 고민했다. 특히 홍 감독이 요구하는 움직임과 전술을 깊이 연구했다.

K리그 활약을 지켜본 홍 감독이 4개월 만에 다시 불렀다. 홍 감독의 평가가 달라졌다.

“김신욱이 상대에게 위협적인 포지션에서 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 더 능력 있는 선수들과 호흡을 맞출 필요가 있다. 내년 월드컵을 대비해 한 가지 전술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필요하다.” (11월4일 스위스 평가전 엔트리 발표장)

15일 스위스전을 통해 진가를 보여줬다. 장기인 제공권 장악은 물론이고 감각적인 패스로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발과 머리의 사용이 부드러워졌고, 동료와 연계 플레이도 기대 이상이었다. 수비가담도 좋았다.

홍 감독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자신의 뜻이 제대로 전달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김신욱의 활용과 거기서 전개되는 상황을 준비한 게 잘 됐다. 높이도 있지만 테크닉도 우수하기 때문에 발로 연결하는 부분을 미리 준비했다. 잘 맞아떨어졌다. 최선을 다한 모습이 훌륭하다.”(11월15일 스위스전 승리 후 기자회견장)

김신욱은 간절한 마음이었다. 그는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뛰었다.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려고 노력했고, 그러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김신욱처럼 그렇게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선수는 드물다. 대부분 반짝하기 일쑤다. 감독이 좌절감을 줄 정도의 평가를 해도 어긋나기 보다는 자신의 부족함을 먼저 되돌아보는 선수는 많지 않다. 감독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땀을 흘린 마음가짐은 김신욱의 큰 키 보다 더 큰 장점이다. 그의 성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가능성을 보인 만큼 내년 월드컵이 더 기대된다.

김신욱의 재발견은 단순히 한 선수의 모범 사례로만 국한시키기엔 너무나 큰 교훈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항상 최선을 다하는 자세는 모든 선수들의 귀감이 될만하다.

스포츠 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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