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석 4년 35억 롯데행으로 끝난 프로야구 FA시장… 누리꾼 ‘촌철살인’ 평가 모아보니
장(場)이 선 9일 동안 FA 시장에 풀린 돈은 모두 523억5000만 원. 이전까지 역대 최다였던 2012년 261억5000만 원보다 2배 이상으로 많은 금액이다. 돈이 많이 풀린 만큼 누리꾼과 팬들도 ‘입심’을 더욱 업그레이드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달군 누리꾼과 팬들의 촌철살인을 모아봤다.
KIA 팬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이대형의 FA 신청 소식을 접하고 ‘누가 데려간다고 신청을 한 건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내가 이번 FA 시장 최고 피해자가 됐다”고 했다. 이대형의 계약으로 ‘1대형=12억 원’이라는 새 화폐 단위가 생겼다는 말도 들렸다. 이(李) 씨 성을 숫자 이(二)로 바꾼 것이다. 또 LG 시절 별명인 슈퍼소닉에서 따와 슈퍼손익(損益), 많은 돈을 벌어 부모님께서 좋아하시겠다는 뜻으로 ‘효도소닉’이라고 새 별명을 붙이는 누리꾼도 있었다.
○ 재능기부왕 박한이?
거꾸로 누리꾼들이 가장 따뜻한 시선을 보낸 FA는 박한이(34)다. 박한이는 시장에 나오는 대신 친정팀 삼성과 4년간 총액 28억 원에 계약했다. 15일 계약 내용을 공개할 때만 해도 ‘홈디스카운트’(원 소속 구단과 계약할 때 몸값을 적게 부르는 일)를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금액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FA 이적 시장이 열리자 상황이 급변했다. 13년 동안 1646안타를 친 선수에게는 걸맞지 않은 ‘착한 계약’이었던 것. 누리꾼들은 아시아시리즈에도 참가한 박한이를 ‘재능기부왕’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자기 연봉 상승에는 박한이(박한 사람) 삼성에는 착한이’라는 표현도 눈에 띄었다. 박한이는 2009년 첫 번째 FA 때도 2년간 10억 원에 계약했다.
○ 이종범 NC행?
가장 흥에 겨운 건 역시나 외부 FA를 수혈한 한화와 NC 팬들. ‘이글머니’ 세례를 흠뻑 받은 한화 팬들은 “홍창화 한화 응원단장이 드디어 극한 직업에서 탈출할 수 있게 됐다. 밤새 응원가를 만들고 있을 것”이라며 반겼다. “한화가 점수를 낼 일이 없어 할 일이 없어 좋았는데 이제 힘들어져 그만둘까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는 자학성 농담도 잊지 않았다.
두산에서 이종욱과 손시헌을 영입한 NC 팬들 역시 ‘이종범’ 타선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며 흐뭇해하고 있다. 1번 (이)종욱-2번 김(종)호-3번 나성(범)으로 상위 타순을 짜면 이렇게 이름을 붙일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내심 롯데 강민호만 영입하면 내년에는 당장 우승할 것이라던 LG 팬들은 ‘강구못’(강민호 구경도 못했다)이라며 이번 FA 시장이 끝난 걸 아쉬워했다.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기에 과거를 기준으로 이번 FA 계약을 평가하는 게 당연한 일. 그러나 팬들의 기억 속에 ‘먹튀’(먹고 튀다)로 기억된 선수들 중 계약 당시에는 두 팔 벌려 반기던 선수도 적지 않았다.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다. 남의 평가는 바꿀 수 없지만 자기 성적은 바꿀 수 있다. FA뿐만 아니라 모든 성공은 바꿀 수 없는 건 미련을 접고, 바꿀 수 있는 것부터 바꾸는 데서 시작된다.
황규인 kini@donga.com·박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