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꺼! 반칙운전]<5>최근 3년 화물차업체 사고 분석
“착한운전 마일리지 가입”… 줄선 운전사들 4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교통연수원에 안전교육을 받으러 온 화물차 운전사들이 ‘착한 운전 마일리지’ 제도에 서약하고 있다. “서약을 하고 1년간 안전 운전을 하면 특혜점수 10점을 받을 수 있다”고 교육담당자가 설명하자 운전사들은 줄을 서서 서약할 정도로 큰 호응을 보였다. 수원=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덩치가 큰 화물차 사고는 사망 사고를 비롯한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지난해 사망자를 낸 교통사고는 모두 5165건으로 이 가운데 승용차가 낸 사고 비율은 49.4%(2551건)였고, 화물차 사고는 23.1%(1191건)였다. 지난해 말 기준 화물차의 등록대수는 324만3924대로 승용차(1457만7193대) 대비 22.3% 수준이지만 승용차의 절반에 가까운 사망 사고를 낸 것이다.
○ ‘반칙 운전’ 많은 회사가 사고도 많아
최근 3년간 화물차 업체별 사고 건수와 법규 위반 건수를 비교한 결과 법규 위반이 많은 회사가 사고도 많이 낸 것으로 나타났다. 잦은 ‘반칙 운전’이 결국 사고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고 건수에서 1위(24건)를 차지한 브링스코리아는 법규 위반에서도 9위(78건)를 차지했다. 사고 2위(21건)인 삼보후레쉬는 법규 위반에서 6위(88건), 3위(19건)인 성우물류는 법규 위반에서 공동 33위(34건)를 차지했다. 사고 건수 공동 4위(17건)인 현대글로비스와 대성냉동운수는 법규 위반에서 각각 8위(79건)와 4위(94건)를 기록했다. 사고가 많은 회사 상위 10곳 가운데 7개 회사는 법규 위반 건수에서도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잦은 사고는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사고 건수에서 공동 6위(15건)에 오른 삼우에프앤지는 법규 위반에서 1위(129건)에 올랐고, 최근 3년 새 2명의 사망 사고를 냈다. 사고 건수 상위 10위 안에 든 회사 가운데 삼우에프앤지를 비롯해 삼보후레쉬, 성우물류, 대성냉동운수, 그린 등 5개 업체가 사망 사고를 기록했다.
하지만 꼭 보유 대수가 많다고 ‘반칙 운전’이 많은 것은 아니다. 보유 대수 55대의 한국통운은 지난해 12건의 법규 위반을 했지만, 이보다 100배 많은 차량(5500대)을 보유한 현대로지스틱스는 지난해 단 7건의 법규 위반을 기록했다.
○ “사망사고 위주 화물차 안전점검 개선해야”
교통안전공단이 펼치는 특별교통진단이 주로 중소 화물차 업체에 집중된다는 지적도 있다. 특별교통진단은 교통전문가들이 업체의 운행 현황을 비롯해 안전관리, 재무상황까지 총괄적으로 점검하는 안전진단이다. 공단은 한 해 사고 건수와 사상자(사망자 등은 가중치 적용) 수를 업체의 차량 보유 대수로 나눠 일정 비율이 넘으면 이듬해 특별교통진단을 펼치는데, 보유 대수가 많은 대형 업체는 상대적으로 이 비율을 낮추기 쉽다.
실제로 지난해 특별교통진단을 받은 충남화물은 차량 보유대수가 36대였고, 올해 진단을 받은 류림운수, 동남특수운수, 매포운송, 석천운수, 동원기업, 현대로직스, 대산종합물류(구 로드탑) 등 7개 회사는 보유 대수 20∼52대의 중소업체들이다. 심지어 올해 진단 대상이 된 7개 업체들은 지난해 사고 건수 상위 100위 업체에 들지 않았다.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대형 화물차 회사들은 특별교통진단을 피해가기 쉬운 게 현실이기 때문에 진단 대상을 선정하는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물차 운전자 100명에게 물었더니
“하루 10시간이상 운전” 35%… “1년새 졸음운전” 65%▼
화물차 운전자 10명 중 3명은 하루 10시간 이상 운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명 중 절반은 한번 운전을 시작하면 쉬지 않고 3시간 이상 연속 주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피곤함이 쌓일 수밖에 없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4일 경기교통연수원에 안전교육을 받으러온 화물차 운전자 100명을 상대로 교통안전의식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취재팀은 운전자들에게 신분을 밝히고 서면 설문을 진행했다.
운전자 100명의 하루 평균 운행 시간은 7.9시간으로 나왔다. 하지만 하루 10시간 이상 운전한다는 응답자도 35%에 달했다. 교통전문가들은 2시간 운전을 하면 10분 쉬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지만, 한번 운전대를 잡으면 3시간 이상 연속 주행을 한다는 응답자도 53%로 절반을 넘겼다. 무리한 운행은 졸음운전으로 이어졌다. 응답자의 65%가 최근 1년 새 졸음운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최근 1년 새 음주운전을 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12%나 나왔다. 또한 짐을 가득 실은 ‘만차’일 경우 빈차일 때보다 속도를 줄인다는 응답이 78%로 높게 나왔지만, 빈차일 때와 다름없이 운전한다는 응답도 21%였고, 만차일 때 되레 속도를 높인다는 응답자도 1명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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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 운전자들이 직접 매긴 본인의 교통안전 점수는 몇 점(100점 만점 기준)일까? 답변자 100명의 평균은 75.5점에 그쳤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