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첫 시정연설]19일부터 25일까지 대정부질문 별러… 정국 정상화 분수령
기립박수 與 vs 앉아서 항의 野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국회 시정연설을 마치고 본회의장을 떠나는 동안 새누리당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배웅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이 들어올 때는 일어섰지만 나갈 때는 자리에 앉아 국정 운영에 대한 항의 의사를 밝혔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18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후 이렇게 말했다. 19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이 이뤄지는 동안 여야가 국가정보원 등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 문제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정기국회의 미래를 낙관할 수 없다는 얘기다. 새누리당이 이날 전격적으로 국정원 개혁을 위한 국회 특별위원회 설치를 제안했지만 민주당의 목표는 특검에 고정돼 있다.
○ 국정원 특검 꼭 해야 한다는 야당
다만 민주당 의원들은 시정연설에서 “무엇이든 국회에서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 합의점을 찾아주신다면, 저는 존중하고 받아들일 것”이라는 발언에 관심이 많았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특위는 예스, 특검은 노(No) 한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를 비롯해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 등 참모진도 모여서 이 발언의 진의를 논의했다. 박 대통령이 “최근 야당이 제기하는 여러 문제들을 포함해서”라고 한 부분과 관련해 그동안 여야가 물밑 협상을 통해 특위는 이견을 좁혀 왔기 때문에 특검과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청와대 측에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특검 카드는 신야권연대를 강화하고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유리한 정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전략적 시각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대정부질문 기간에 여야 협상을 통해 특검 문제를 풀어 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대표는 “무엇이든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해 합의점을 찾는다면 존중하고 받아들일 것으로 말씀한 점을 주목한다”고 밝혔다. 전 원내대표도 “(대통령의) 언급이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여야 협상을 통해 조속히 확인하도록 하겠다”고 호응했다. 최고위원 일부는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을 전제로 하는 강경투쟁을 주문했지만 대정부 공세를 펼 수 있는 대정부질문까지는 지켜보자고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은 특위는 수용하지만 특검은 받을 수 없다는 견해를 고수했다. 사실 새누리당으로서는 특검을 받기 곤란한 상황이다. 특검을 받으면 지방선거까지 정국 주도권을 민주당에 내주고 끌려 다닐 수 있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의혹과 관련해 김무성 의원 등 소속 의원들이 수사에 불려 나가는 모습까지 보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도 특검은 부정적이다. 지루한 공방이 내년에도 계속 이어진다는 점과 특검 제안에 담긴 야권 전체의 복잡한 사정 탓에 정쟁의 수렁에서 허덕일 우려가 있어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고 한 데는 국회에서는 어떤 것도 논의할 수 있으니 잘해 달라는 존중의 뜻과, 정치를 하는 곳은 정부가 아니라 국회라며 정치 현안에 개입하고 싶지 않은 대통령의 뜻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새누리당이 여야 협상에서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지에 따라 정기국회 향방이 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전문가들은 특위를 수용한 여당이 특검 문제를 독자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새누리당이 자율성을 갖고 양보를 해야 풀릴 텐데, 여당 자체에 그런 리더십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민주당으로서도 특검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경우 전면적 의사일정 거부라는 강수를 둘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당직자는 “예산안은 양날의 검”이라며 “특검 때문에 예산안 처리를 보이콧한다면 엄청난 비난 여론을 들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당내 일각에서는 특검 대신 민주당이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수사에 개입했다고 보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나 대선 개입에 관여했다고 보는 박승춘 보훈처장의 경질 등의 협상카드를 새누리당이 제시하는 것도 해법이라는 의견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