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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넘겨받은 여야, 샅바싸움 시작됐다

입력 | 2013-11-19 03:00:00

朴대통령 첫 국회 시정연설 “野제기 문제 여야 합의하면 존중”
與 “국정원 특위 수용… 특검 불가”… 민주 “특검-특위 모두 논의해야”
전문가 “서로 양보해야 정국 풀려”




朴대통령 “정치의 중심은 국회”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며 정국 현안들에 대해 여야가 논의해 합의점을 찾아줄 것을 주문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대통령의 선물 보따리에는 야당이 원하는 모든 게 담기지는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18일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야당의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 특검’ 요구에 대해 “여야 합의를 존중하겠다”는 원론적 답변과 함께 국회로 공을 넘겼다. 야권이 한목소리로 요구하는 특검 문제는 ‘정치권이 결정할 몫’이라는 걸 분명히 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대선을 치른 지 1년이 돼 가고 있는데 지금까지도 대립과 갈등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정치의 중심은 국회다. 최근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여러 문제를 포함해 무엇이든 국회에서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 합의점을 찾아주신다면 저는 존중하고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야당이 요구했던 국정원 개혁 특위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박 대통령은 “국가정보기관 개혁방안도 국회에 곧 제출할 예정인 만큼 국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하고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으로서는 최대한 국회를 예우한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최고위원회를 열어 특위만 수용하고 특검은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본보 기자와 만나 “국가정보원 댓글과 트윗은 이미 검찰 수사를 통해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고 있고, 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의혹도 수사하고 있는데 현 단계에서 특검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여당은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지만 특검을 강력히 요구했던 야당은 “특검과 특위를 모두 논의해야 한다”며 비판의 목청을 높였다. 민주당은 대통령이 국회를 떠나자마자 본청에서 규탄집회까지 열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최대 문제는 대통령의 불통”이라며 “19일에 황교안 법무부 장관 해임건의안과 남재준 국정원장·박승춘 국가보훈처장에 대한 해임촉구결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부동산 관련법을 처리하기 위해 열기로 한 국토교통위에도 불참했다.

이처럼 정국 정상화의 관건이 될 ‘국회에서의 여야 합의’는 쉽지 않다. 특검은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을 묶는 야권연대의 핵심 고리여서 야당이 물러설 가능성이 별로 없다. 여당도 내년 지방선거 전에 ‘대선 연장전’을 끝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해 특검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더욱이 강창희 국회의장이 예고한 대로 금주 중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직권상정해 여당 단독으로 처리할 경우 여야 대치 국면은 최악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다만 야당도 국정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비치고 있고, 여당도 경제 살리기 법안 처리가 시급한 만큼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합의를 존중하겠다고 한 점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이날 국회에 맡긴 ‘여야 합의’의 내용을 무엇으로 할 것이냐를 놓고 양당 간에 치열한 샅바싸움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이번 시정연설은 난국 돌파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고 대통령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민생을 위한 변화의 물꼬를 터줬어야 했는데 아쉬운 감이 있다”며 “여야가 예측을 뛰어넘는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해 한 발씩 물러나는 양보안을 내야 꽉 막힌 정국에 물꼬를 틀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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