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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향산 별보며 캠핑… 평양 대중교통 투어” 北, 관광 빗장 푼다

입력 | 2013-11-19 03:00:00

고려여행사 카커렐 대표 “내년 시작”




외국인을 겨냥한 북한의 개방형 관광 프로그램이 내년부터 본격화된다. 중국 베이징(北京) 주재 영국인들이 운영하는 북한 전문 고려여행사는 “전례 없이 획기적인(brand new ground-breaking) 북한 여행이 가능케 됐다”며 “내년 9월부터 ‘베테랑 투어’(5박 6일)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 투어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평양 시민의 대중교통 수단인 무궤도 전차(trolley bus)와 전차(tram)를 타고 도심을 둘러보는 일정이 포함된다.

사이먼 카커렐 고려여행사 대표(사진)는 18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오랜 기간 북측과의 수차례 협상으로 얻은 결과”라며 “대부분의 일정이 올해 초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밝혔다. 고려여행사 측은 “전차 안은 물론이고 차창 밖 사진도 찍을 수 있는 이례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평양 심장부를 여행할 수 있는 베테랑 투어 참가자는 최소한 북한을 한 번 이상 방문해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던 외국인에 한해 허용된다는 특이한 조항이 포함됐다.

금강산 관광 15주년인 이날 남북 간 관광 통로는 여전히 막혀 있는 가운데 북한이 외국인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관광 문호를 개방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묘향산에서 야간 캠핑과 트레킹을 진행하는 ‘북한 트레킹 & 캠핑’ 프로그램도 내년 5월 시작된다. 여행사 측은 7박 8일(1690유로·약 241만 원) 또는 9박 10일(1890유로) 일정 중 선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묘향산에서 캠프파이어로 마시멜로(하얀 설탕과자)를 불에 구워 먹고 별을 보며 잠을 청하는 야간 캠핑이 하이라이트.

평양 도심 교회에서 일요 예배를 보거나 평성시의 봉학 맥주공장, 가죽 공장을 방문하는 일정도 마련됐다. 가죽 공장에서 생산하는 지갑을 현장에서 구매할 수도 있다. 북한이 이런 시설을 외부에 개방하는 것은 처음이다.

카커렐 대표는 “자전거, 스케이트보드 같은 특정 기호에 맞춘 스포츠레저 관광 일정도 개별적으로 논의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고려여행사는 2011년 9월 24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평양에서 남포까지의 청년영웅도로(평양∼남포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전거 투어를 진행했다.

그는 “이 같은 관광 문호 개방을 당장 정치적 개방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본다”면서도 “다양한 북한 관광상품 개발이 가능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 원산 마식령 스키장 내년 1월말 개장 ▼

한편 북한이 건설 중인 원산 마식령 스키장이 조만간 공사를 마치고 내년 1월 말 외국인 관광객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미국의 북한전문 여행사인 ‘우리투어스’의 안드레아 리 대표를 인용해 “최근 북한 당국으로부터 올해 말 스키장 건설이 끝난다는 통보를 받았다. 1월 24일 첫 스키 관광객이 방북할 예정이다”라고 보도했다. 리 대표는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관광객들은 평양과 판문점을 둘러본 뒤 28일부터 30일까지 2박 3일 동안 마식령 스키장에서 스키를 즐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리프트 이용료와 숙박요금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이번 관광코스의 총비용은 2900∼3300달러(약 300만∼350만 원)가 될 것이라고 리 대표는 설명했다. 리 대표는 “북한에서 스키를 즐길 수 있다는 데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문의전화가 늘고 있다”면서 “2월 28일∼3월 8일 같은 일정의 관광이 (몇 건) 잡혀 있다”고 VOA 측에 밝혔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업적 과시와 외자 유치를 위해 마식령 스키장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부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스키장에 사용할 리프트를 스위스 등으로부터 수입할 계획이었지만 해당 국가의 반대와 사치품 제재 등으로 무산돼 결국 중국의 중고 장비를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안 jkim@donga.com·김철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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