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개봉 ‘황구’ 공동제작… 대학서 비용 절반 투자 ‘산학협력’교수-학생 30여명 스태프 참여… 대본작성서 촬영-편집-배급까지
경기 부천시 원미구 역곡동 가톨릭대 베리타스관에서 영화 ‘황구’가 촬영하고 있다.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청소년인 ‘한구’와 여자 친구 ‘미수’가 도서관을 나오면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가톨릭대 제공
하지만 이 영화의 음향과 영상분야 스태프로 참여한 재학생 설원형(29·문화콘텐츠 4년), 임창현 씨(28·디지털미디어 4년)는 마이크와 카메라를 들고 배우의 움직임을 따라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설 씨는 “사운드 디자이너를 꿈꾸고 있어 영화 음향에 늘 관심이 많았는데 지도교수의 추천으로 영화 제작에 참여하게 됐다”며 “이론으로만 배우던 영화 촬영의 세계를 경험하고 있어 앞으로 진로를 개척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학생들이 대본 작업은 물론 촬영에도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다음 작품에도 학생들과 호흡을 맞춰 볼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지난해 3월 교육부가 산학협력 선도 대학으로 선정한 가톨릭대는 6월 이 영화의 제작사인 ‘골든타이드픽쳐스’에 공동 제작을 먼저 제안했다. 이에 따라 가톨릭대는 영화를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의 절반을 투자했다. 또 영화의 기획과 촬영, 편집 등을 거쳐 배급하는 모든 과정에서 인문학부와 디지털미디어학부, 경영학부 교수 10명과 재학생 20여 명을 참여시켰다.
지난달 28일부터 촬영에 들어간 ‘황구’는 필리핀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주인공이 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고 태권도 국가대표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의 주제는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거주하는 부천 지역의 현실을 관통하고 있다. 올해 1월 안전행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시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은 2만7168명에 이른다. 이에 따라 영화는 부천의 옛 도심과 중동과 상동신도시, 가톨릭대 등에서 주로 촬영되고 있다.
다문화가정 지원 조례 제정, 민원서류 작성 지원, 다문화축제 개최 등을 해 온 부천시도 영화 촬영을 반기고 있다. 영화제작사에서 현지 촬영(로케이션) 지원 요청이 들어오면 촬영장을 적극적으로 찾아주고 있다. 김경호 가톨릭대 디지털콘텐츠융합센터장(44)은 “대학과 영화제작사가 상생하는 새로운 모델을 보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