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에 검은점 많아 소비자 외면멜론 수준 당도 자랑… 보관도 쉬워
국내 최대 배 주산지인 전남 나주에서 ‘추황배’는 일명 ‘찌질이 배’로 불려왔다. 1985년 농촌진흥청 배연구소가 육성한 어엿한 우리나라 품종이지만 과실 크기가 작고 껍질에 검은 반점이 많아 소비자에게 외면을 받아왔다.
시장에서는 홀대를 받았지만 추황배는 배 농사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품종이다. 꽃가루가 많아 국내에서 재배하는 주요 품종과 교배하기가 쉬워 수분수(受粉樹)로 활용하고 있다. 추황배의 매력은 무엇보다 맛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당도가 무려 13∼14Bx(브릭스·물 100g에 녹아있는 당의 g수)로 거의 멜론 수준이다. 단맛과 신맛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 새콤달콤하다. 나주배 품종의 85%를 차지하는 ‘신고배’ 집중 출하 시기를 지나 10월 중하순에 수확이 가능하고 저장기간이 길어 상온에서 120일 정도 보관할 수 있다.
나주시는 이 같은 점에 주목하고 2011년부터 나주시 농협공동사업법인, 나주배연구회와 함께 품질과 판매방식을 개선하는 등 추황배 명성 찾기에 나섰다. 나주배연구회는 껍질에 반점이 생기는 ‘과피 흑변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전용 봉지를 개발하고 건조방식을 바꿨다. 그 결과 올해 120여 농가에서 370여 t을 생산해 선별과 포장을 거쳐 대형마트 납품에 성공했다. 가격도 신고배와 비슷한 15kg 기준 4만 원가량을 받고 있다. 나주시는 요즘 소비자 선호도가 대과(大果·큰 과일) 중심에서 작은 과일로 옮겨가고 있는 데다 저장성이 뛰어난 점 때문에 추황배를 찾는 소비자가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