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번역해 한국문학번역상 받는 미리암 뢰벤슈타이노바 체코 찰스대 교수
일연의 ‘삼국유사’를 체코어로 공동 번역해 제11회 한국문학번역상을 받는 미리암 뢰벤슈타이노바 체코 프라하 찰스대 교수. 최근 시인 김삿갓의 생애를 재구성한 이문열 소설 ‘시인’을 체코어로 번역하고 있는 그는 “고은 시인 다음으로 노벨 문학상에 가까운 한국 작가는 이문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일연의 ‘삼국유사(三國遺事)’를 체코어로 번역해 제11회 한국문학번역상 수상자로 결정된 미리암 뢰벤슈타이노바 체코 찰스대 한국학과 교수(55). 19일 서울 명륜동 한무숙문학관에서 만난 그는 유창한 한국어로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그가 제자이자 동료 교수인 마레크 제마네크 찰스대 종교학과 교수(31)와 공역한 체코어 ‘삼국유사’는 번역에만 5년이 넘게 걸린 역작이다.
“김부식의 ‘삼국사기’가 기록에 가깝다면 ‘삼국유사’는 그보다 훨씬 풍성한 내용을 담고 있어요. ‘삼국유사’ 없이는 ‘삼국사기’를 읽는 재미가 없을 정도지요. 물론 ‘삼국사기’도 인물을 다룬 열전 부분은 정말 재미있어요.”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체코에서 구할 수 있던 한국 문학 작품은 북한에서 펴낸 고전이 대다수였어요. 어렵게 입수한 현대 문학은 번역을 해도 책을 내주겠다는 출판사를 찾기가 힘들었어요. 30권이 넘는 고은 시인의 ‘만인보’는 완역할 엄두가 안 나 100수 정도만 골라 선집을 냈죠.”
그는 체코 프라하 태생으로 찰스대 한국학과에서 김만중 소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땄고, 현재 모교의 한국학과장을 맡고 있다. “제가 한국학과에 입학할 때만 해도 학부 신입생을 5년에 한 번씩만 뽑았어요. 교수님도 한 명뿐이었죠. 지금은 신입생을 매년 15명씩 뽑는데 경쟁률이 70 대 1이나 된답니다.”
그가 발견한 한국 작품을 관통하는 정서는 뭘까. “보통 정(情)이나 한(恨)이라고들 하시던데, 저는 ‘꿈’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한국인은 굴곡진 역사를 헤쳐 나오면서 억눌린 희망과 꿈을 문학 작품 속에 담으려 했던 것 같아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산화되고 냉전 종식 이후엔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나라가 분리된 체코 사람들의 정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이 후원하는 해외 번역가 체류(레지던스)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돼 두 달째 서울에 체류 중인 그는 내년 4월 출간을 목표로 이문열 소설 ‘시인’을 번역하고 있다. “소설가 이승우, 김언수, 김태용의 작품도 탐이 납니다. 기회가 되면 정약용과 김시습, 이규보 같은 고전 작품도 꼭 체코어로 소개하고 싶습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