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FC 김형범은 강등 위기에 빠진 팀을 구하기 위해 허리 부상이 다 낫지 않았는데도 복귀해 공격을 이끄는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사진제공|경남FC
■ 경남 김형범
12위와 승점 같은 살얼음 11위
팀이 필요로 할 때 부상 미안함
최근 3경기서 5득점 부활 시동
아내와 아들은 날 뛰게 하는 힘
아빠·고참의 이름으로 백의종군!
하지만 이미 강등 경쟁을 경험했고, 이를 당당히 극복했던 이가 있다. 베테랑 미드필더 김형범(29)이다. 작년 시즌 대전시티즌에 몸담으며 치열한 생존 게임을 벌인 적이 있어 지금 상황이 생소하진 않다. 지금 이 시점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뭘 해야 할지 누구보다 잘 안다. 경남은 주말 제주 유나이티드(원정)에 이어 27일 대전(홈), 30일 대구(원정)전을 앞뒀다. 김형범의 활약이 필요하다. 김형범은 “경남의 생존은 당연하다. 밖에선 우리가 살아남으면 기적이라고 하는데 그간 쏟은 열정에 대한 당연한 보상이다”고 했다.
● 절박함을 알기에
-팀 상황이 불안한데.
“분명 안 좋다. 이럴 때 더 독하게 마음먹어야 한다. 지금 가라앉으면 한없이 내려앉는다. 더 활기차게 해야 할 뿐이다. 아직 우린 3경기가 더 남았다.”
“처음 겪는 (강등권 싸움) 상황이라 다들 부담스럽고 혼란스러워 한다. 고참들이 왜 중요한지 고참이 돼 보니까 느끼고 있다.”
-작년 대전에서 강등 싸움을 해봤는데.
“그 자체만 봐선 절대 추천하고픈 경험은 아니지만 내게는 큰 도움이 됐고, 힘이 됐다. 잘 추슬러서 동료들과 뭉치고 있다. 좋아질 일, 좋은 일만 남았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나.
김형범은 최근 3경기 5득점이다. 해트트릭도 했다. 하지만 몸 상태는 100%가 아니다. 8월 FA컵 경기 도중 허리를 다쳤다. 2곳이 골절됐다. 신경도 아직 안 돌아왔다. 엉덩이 부위는 무감각 상태다. 시즌 아웃이라는 진단도 받았다. 하지만 위기의 팀을 외면할 수 없었다. 10월 초 복귀했다. 마지막 드라마의 느낌을 ‘잘 알기에’ 환희를 꿈꾸고 있다.
● 위기에 강하다
-동료들의 신망이 두텁다.
“나도 철없던 시절이 있었다. 자존심 지키려 불필요한 오기도 부려봤고. 한데, 시간이 흐른 뒤 그 때를 돌이켜보니 다 부질 없더라. 소득이라면 팀의 의미를 안다는 점이다. 난 그렇게 말해준 고참들이 주변에 많았는데, 정작 난 그렇지 못했다. 못 다했던 것, 못했던 걸 만회하기 위해 더 뛰고 있다.”
-위기극복 노하우가 있나?
“어려울수록 뭉쳐야 한다. 지금은 영웅도 필요 없다. 답은 나왔다. 희생이다. 나를 낮추면 결과가 보상해주더라. 부상이 많았고, 그 때마다 잘 극복했다. 경험상 부상 회복 직후가 가장 위험한데 그 시기도 지났다.”
김형범은 힘의 원천으로 가족을 꼽는다. 작년 말 혼인신고만 하고, 아직 결혼식은 올리지 못한 동갑내기 아내(서규린)와 3월 태어난 아들(민준)과 떨어져 지내지만 이런 작은 노력들이 모여 큰 힘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이다.
-가족이 보고 싶을 텐데.
“함께 못 지낸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이게 큰 희생은 아니다. 이 정도 노력쯤은 우리 모두가 하고 있다. 프로의 자세를 하나씩 깨우친다.”
-경남은 살아남을까.
“지금 우린 11위다. 12위도 챌린지(2부 리그) 1위 상주상무와 플레이오프(PO)를 거쳐야 한다. 더 낮아질 순위는 없다. 더욱이 생존이 기적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린 기적이 아닌, 실력으로 꼭 생존한다. 우승보다 벅찬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