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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 27개월새 33% 올라 경영난 가중”

입력 | 2013-11-20 03:00:00

[전기요금 21일부터 인상]
기업들 “세수확보 부담 떠넘겨” 반발




정부가 19일 내놓은 에너지 가격구조 개선방안은 ‘전력 과소비’를 부추기는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뼈대로 하고 있다. 값싼 전기요금을 크게 올려 전기를 덜 쓰게 하겠다는 의미다. 많은 전문가들도 전력 과소비를 줄이기 위해 어느 정도의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전기요금 인상안이 공개되자 산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주택용 요금 인상에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정부가 산업용 요금을 과하게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발전용 유연탄 과세로 전기요금이 당분간 계속 인상될 예정이어서 일각에서는 “세수 확보를 위해 기업에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는 불만까지 나온다.

○ 산업계 “경쟁력 악화” 반발

정부는 값싼 요금으로 전기 소비가 급증하면서 매년 전력대란이 반복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기요금 인상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기소비량은 달러당 479Wh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67Wh)보다 70% 높은 수준이다. 1달러짜리 제품을 생산하는 데 선진국보다 70% 많은 전기를 쓴다는 의미다.

문제는 전기요금 인상이 산업용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인상을 포함하면 산업용 전기요금은 2011년 8월 이후 2년 3개월간 다섯 차례에 걸쳐 33.0% 올랐다. 같은 기간 주택용 요금 인상률(9.9%)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기업들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비용 부담 급증으로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전기요금으로 7179억 원을 냈던 삼성전자는 올해 2차례 요금 인상으로 약 700억 원 이상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는 등 지난해 전기요금을 많이 낸 상위 100개 기업의 요금 증가액은 8000억 원가량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이번 전기요금 인상은 불황의 늪에 빠진 철강업계에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업계 부담만 연간 2688억 원가량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결정은 그동안 지나치게 낮았던 산업용 요금을 현실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한진현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은 “산업용 전기요금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이번 인상률을 반영하기 전까지도 산업용 요금의 원가 회수율은 90% 중반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업들은 산업용 요금은 이미 올 초부터 원가보다 높아진 것은 물론이고 이번 인상으로 전기생산 원가보다 5% 이상 비싼 요금을 내게 됐다고 반박한다. 또 물가수준 등을 감안한 산업용 전기요금은 OECD 32개 회원국 중 11번째로 높은 수준이어서, 낮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전경련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한전은 산업용 요금으로 1조 원가량을 더 걷어 주택용 전기 공급으로 인한 적자 3500억 원 등을 메웠다”며 “산업용 요금 인상은 기업들의 경영난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 “전기요금 올려 복지예산 마련” 비판도

정부는 또 이번 개편안에서 전기 소비 감축을 위해 전력사용량이 많은 계절의 요금을 상대적으로 높게 올렸다. 겨울철 난방용 전기요금을 봄∼가을(2∼3%)보다 높은 4∼6% 올리고 상대적으로 높은 전기요금이 적용되는 여름철 피크기간을 7, 8월에서 6∼8월로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내년 7월부터 시행되는 발전용 유연탄 과세는 전력 소비 감축을 위해 정부가 꺼내든 비장의 카드다. 지금까지 세금을 매기지 않았던 유연탄에 kg당 21원(탄력세율 적용 기준)의 세금을 부과하면 전기요금은 2∼3%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 대신 서민층이 난방용으로 사용하는 등유 등에 부과되는 세금을 낮춰 전기 난방 수요를 줄일 방침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전력수요 감축 전망에 대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이미 수억 원의 자금을 들여 전기 냉난방기를 설치한 기업들이 전기요금을 올린다고 해서 이를 가스 냉난방기로 바꾸지는 않는다는 분석이다. 유연탄 과세 역시 전력수요 감축보다는 부족한 복지세원을 마련하기 위해 도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영현 대한전기학회 회장(연세대 교수)은 “전기요금을 5% 올리고 유연탄에 세금을 매긴다고 전기 수요가 크게 줄지는 않을 것”이라며 “유연탄 과세로 걷은 세금을 에너지 취약계층 복지를 위해 쓴다고 하지만 결국 전기요금을 올려 복지에 쓰겠다는 편법”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장원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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