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1978년 11기 3중전회에서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 노선을 채택한 이후 중국은 세 번의 중대한 개혁기를 거쳤다. 덩샤오핑 시절인 1978년, 1992년과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주룽지(朱鎔基) 총리’ 시절인 1999∼2001년이다. 덩샤오핑은 2차례 개혁으로 ‘철권통치’라는 중국의 전통적 정치 모델을 깼다. 당과 정부를 분리하고 집단지도체제를 세웠으며 중국의 이데올로기를 ‘이상적 혁명주의’에서 ‘실용적인 발전주의’로 바꿨다. ‘장쩌민-주룽지’ 시대의 개혁은 중국을 세계와 잇는 것이었다.
‘시진핑-리커창’ 시대의 개혁은 더 어렵고 도전은 더 거세다. 덩샤오핑 시대의 개혁 반대자들은 이데올로기 때문에 반대했을 뿐 사적인 이익과는 관계가 없었다. 덩샤오핑과 ‘장쩌민-주룽지’는 경제 발전을 통해 개혁을 달성했다.
‘시진핑-리커창’ 체제는 온건 개혁 방침을 세웠다. 현재 직면한 많은 문제를 급하게 해결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뚜렷한 개혁 성과를 내고 싶겠지만 새 지도자들은 중국의 기득권 세력과 어쩔 수 없이 타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했다. 두 지도자 스스로가 개혁의 안정성을 더 중시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3중전회에서 소득 분배 제도와 사법 제도 개혁을 강조했다. 개혁을 전담할 ‘전면적인 개혁을 심화할 영도소조(領導小組)’가 만들어진다. 자원 배분 시 시장의 결정적인 역할도 강조했다. 하지만 국유경제의 주도적 활동을 유지한다고 못 박았다. 당분간 국유기업에 대해 중대한 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토지 개혁도 구체적이지는 않다. 국가안전위원회를 창설한다는데 구성원, 역할 등이 나오지 않았다. 당내 기구인지 정부 기구인지도 불투명하다. 정부 기구라면 당의 군대인 인민해방군을 장악할 수 있을까? 시 주석이 국가안전위원회와 영도소조의 조장을 맡으면 시 주석의 권력은 전례 없이 강화된다. 그렇다면 중국 정치가 다시 ‘철권통치’로 회귀하는 것일까? 이번 3중전회는 답보다는 질문을 더 많이 남겼다.
시 주석이 개혁을 추진할 충분한 용기와 담력이 있으면 중국 사회는 시 주석이 ‘철권통치자’가 되는 것을 환영할 것이다. 현재까지는 시 주석에게서 실망보다는 희망을 훨씬 많이 본다. 그는 시종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개혁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고 시간도 촉박하다고 말한다. ‘시진핑-리커창’ 체제가 이익 구조를 깨고 안정적으로 개혁을 진행한다면 중국뿐 아니라 아시아에도 복이다.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