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횡설수설/방형남]중국의 거대한 ‘진주 목걸이’

입력 | 2013-11-20 03:00:00


10여 년 전까지 서구 학자들은 “중국이 대만을 점령하려면 수영 잘하는 국민 수백만 명을 동원해 바다를 건너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연안 방어 수준인 중국의 해군력을 얕보는 우스개였다. 요즘은 180도 달라졌다. 미국 예일대의 폴 케네디 교수는 “유럽에서 해양력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반면 동아시아에서는 과거 유럽 강대국들이 해양 진출에 매진할 때처럼 해군력 증강이 큰 흐름을 이루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른바 ‘해양력의 동쪽 이동 현상’의 대표적 국가가 중국이다.

▷중국은 최근 예멘의 아덴 항과 모카 항 확장을 위해 5억700만 달러(약 5363억 원)의 차관을 제공키로 했다. 2월에는 파키스탄 과다르 항의 운영과 관리권을 확보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3월 탄자니아의 바가모요 항에 1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동남아에서 인도양을 거쳐 아프리카까지 중국이 확보하거나 투자한 항구를 연결하면 ‘진주 목걸이’ 형태가 된다. 점점이 박혀있는 외국 항구를 차례차례 공략해 하나의 선으로 연결해낸 중국의 수완이 놀랍다.

▷중국의 대표적 해양 전략은 1982년 류화칭 해군사령관이 제시한 ‘도련(島련)’이다. ‘섬 사슬’이라는 뜻의 도련은 미국에 맞서 단계적으로 제해권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제1도련은 오키나와∼대만∼남중국해, 제2도련은 미국령 사이판∼괌∼팔라우 군도를 연결하는 선이다. 도련은 노골적인 군사전략이지만 진주 목걸이의 목표는 복합적이다. 중국은 외국 항구 확보가 상업적 경제적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미국과 인도 등은 군사거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의 공세적 해양전략은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중국 환추시보 인터넷판이 보도한 ‘미래 10년 중국 해군의 해외 기지 및 항구 분포 예측도’에는 북한의 청진항도 들어있다. 중국은 이미 북한의 나진항 1번 부두 운영권을 확보했다. 중국 함대가 북한 항구를 거점 삼아 동해를 휘젓고 다니면 어떻게 될지. 중국의 진주 목걸이가 우리에겐 춘향이 목에 걸렸던 ‘큰칼’이 될 수도 있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