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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청와대에선]靑 비서동 리모델링, 국회서 밀어준다는데도 “아, 그게…”

입력 | 2013-11-20 03:00:00


청와대 내 비서동인 위민관은 3개의 건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위민 2, 3관 리모델링이나 신축은 노무현, 이명박 정부 때부터 숙원사업이었다. 각각 1969년, 1972년에 지어진 두 건물은 2008년 건물 안전진단에서 재난위험시설인 D등급을 받았다. 올여름 경제수석실 방의 천장이 내려앉으면서 유리벽이 깨지기도 했다. 역대 정부는 여러 번 예산을 신청했으나 야당과 여론의 예산 낭비 지적과 여당의 소극적인 태도로 실패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임기 내 청와대 비서동 리모델링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과거와 다른 점은 청와대 스스로가 비서동 리모델링에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 당보다 소극적인 청와대 비서실장

지난달 4일 국회 운영위원회 예산결산 때 새누리당 신동우 의원이 “국가의 상징적인 청와대 비서동에 안전등급 D등급을 받은 건물이 있다.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며 리모델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은 이에 대해 “근무를 해보니 근무조건이 열악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대통령께선 매우 절약하시는 분이다. 뭐 하나 고치려고 해도 돈 드는 것은 아주 절약을 강조하시기 때문에 자꾸 미루어지고 있다”며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6월 허태열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 국회에서 “안전이 상당히 위험하다. 신축이든 리모델링이든 많이 도와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다”며 적극적 태도를 보인 것과 상당히 달라진 셈이다.

이에 최경환 운영위원장이 “안전이 대통령의 중요한 통치철학인데 비서진이 D등급 받은 건물에서 근무하고 있다면 검토만 해서 될 일인가. 실장이 의지를 가져야 한다. 국회에서 지적해 줄 때 그럴 때 하셔야 되는 것이다”라며 오히려 답답해했다.

새누리당 원내 관계자는 “야당 원내 지도부와도 논의해 예산 배정을 적극 검토하려 했는데 오히려 청와대가 소극적이니 답답하다”며 “청와대가 예산안 배정을 요청하지 않으면 힘든 것 아니냐”고 말했다.

○ 청와대의 복잡한 속내

청와대 직원들은 대부분 리모델링이나 신축에 찬성하고 있다. 장소가 협소해 의자나 소파 하나 놓을 곳도 없고 창문이 없는 방에서 근무하는 등 근무 상황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리모델링이나 신축에 난색을 표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공사기간에 외부에 나가 있어야 하는 부담감 때문이다. 청와대는 예전부터 리모델링보다는 신축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2008년에도 청와대는 “건물이 낡고 공간이 협소해 신축이 불가피하다”며 신축 비용으로 50억 원을 신청했다. 리모델링이나 신축이나 가격에 큰 차이가 나지 않고 비서동 3개를 한 건물에 넣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그러나 신축 공사기간 1년 6개월∼3년을 청와대 울타리 밖에 나가서 일을 해야 하는 만큼 보안이 많은 업무 성격상 쉽지 않다는 게 청와대의 고민이다.

박 대통령의 의중도 비서동 신축에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경제가 어려운데 돈을 들여 새로 비서동을 짓는 것에 부정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예산 절감 차원에서 공무원들의 각종 수당 인상에 제동을 걸고 공공기관의 건물 신축도 엄격히 할 예정이다. 청와대 비서동만 신축하는 건 어렵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그러나 취임 첫해인 올해 하지 못할 경우 박근혜 정부 임기 내 신축은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임기 마지막 해 겨울 정권 교체기에 최대한 공사기간을 줄여 신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소통 공간 리모델링도 물거품

청와대 비서동 리모델링은 안전 문제뿐 아니라 청와대 전체의 재배치 문제와도 연관된다. 대통령이 머무는 본관과 비서동이 500m나 떨어져 있어 서로 소통이 안 되기 때문에 청와대 건물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았다. 본보도 올해 초 시리즈를 통해 본관에 비서들 업무공간을 만들든지 본관 바로 옆에 비서동을 지어 ‘소통 구조’로 바꾸자는 제안을 한 바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개인적으로 대통령이 비서들과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청와대 구조를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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