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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 “가상화폐 ‘비트코인’ 순기능도… 규제할 계획없다”

입력 | 2013-11-20 03:00:00

상원 정무위서 사상 첫 청문회… 가치 1년새 58배 올라 785달러




가상 화폐 ‘비트코인’(사진)의 인정 여부를 놓고 의견 대립이 팽팽한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 수장인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 미틸리 라만 법무부 차관보 대행 등 미 정부 관계자가 잇따라 비트코인의 순기능을 강조했다.

미 상원 국토안보정무위원회는 18일 사상 처음으로 비트코인 관련 청문회를 개최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앞서 제출한 의견서에서 “돈세탁 등에 악용될 위험은 있지만 비트코인이 장기적으로 역할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도 있다”며 “당장 연준이 비트코인을 규제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라만 차관보 대행도 “가상 화폐가 합법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제 상업 거래를 촉진할 잠재력이 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의견에 비트코인 사용자들은 환호했다. 이날 일본 도쿄의 유명 비트코인 거래소인 마운트곡스(Mt.Gox)에서 1비트코인의 가치는 사상 최고인 785달러로 마감했다. 지난해 말 13.5달러와 비교하면 1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58배로 오른 셈이다. 조만간 비트코인의 가치가 10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등 가상 화폐의 위험이 높다며 강도 높은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미 법무부는 10월 말 비트코인을 받고 마약과 총기류 등을 팔던 온라인 장터 ‘실크로드’를 폐쇄했다.

비트코인은 2009년 초 ‘나카모토 사토시’란 가명을 쓰는 정체불명의 인물이 개발했다. 사용자들은 숫자 및 영문 대소문자가 뒤섞인 고유의 ‘지갑 주소’를 받아 비트코인을 사고판다. 위조나 재사용 등 부정을 차단하는 보안 기술이 우수한 편이고 100% 익명 거래가 가능해 다른 가상 화폐보다 편의성 및 안정성이 뛰어나다. 또 무한대로 찍어낼 수 있는 상당수 가상 화폐와 달리 비트코인은 2145년까지 발행량이 2100만 개로 개발자에 의해 정해져 있다. 실체 없는 화폐지만 희소성을 부여하는 장치가 존재하는 셈이다. 특히 복잡한 수학 암호를 컴퓨터로 풀어야 하는 비트코인의 획득 방식도 희소가치를 높인다. 많은 사람들이 암호를 풀수록 자동적으로 암호 해독의 난도도 계속 올라가 쉽게 풀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기 때문이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