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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위풍당당 ‘어번 밀리터리 룩’의 치명적 매력

입력 | 2013-11-21 03:00:00

황선아의 스타일포스트




올 가을·겨울 시즌을 겨냥한 주요 패션쇼에서는 밀리터리룩을 모던 럭셔리 패션과 접목한 스타일이 대거 선을 보였다. 왼쪽부터 ‘마이클 코어스’, ‘크리스토퍼 칸’, ‘버버리 프로섬’, ‘크리스토퍼 칸’이 각각 카무플라주(위장) 패턴을 고급스럽게 표현한 컬렉션. 인터패션플래닝 제공

최근 ‘진짜 사나이’라는 TV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한 아이돌 스타는 ‘아기병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가 누나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으면서 무겁게만 느껴졌던 군복마저 젊은 기운을 얻게 된 느낌이다. 실제로 군대식 복장이 하나의 스타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1963년부터다. 이탈리아 디자이너 피노 란체티는 당시 군복을 모티브로 한 밀리터리 디자인을 처음 발표했다.

이후 1966년 프랑스 디자이너 이브 생로랑은 견장과 금빛 단추, 패치 포켓, 훈장 등 군복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액세서리를 패션의 요소로 활용했다. 또 군복, 군화 등 군복 이미지를 재해석해 본격적인 ‘밀리터리 룩’으로 발전시켰다.

‘버버리 프로섬’의 트렌치 코트.

밀리터리 룩의 정의는 ‘군대풍의 옷차림’이다. 보통 육군 군복의 이미지를 차용한 것으로 반전(反戰) 의지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쓰이기도 했다. 1960년대 후반 등장한 젊은 히피족들은 반전 의사를 나타내는 저항의 수단으로 군복을 착용했다. 이때의 밀리터리 룩은 패션 스타일이라기보다 정치적 메시지의 의미가 강했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미학적인 감동을 주지는 못했다.

현재의 밀리터리 룩에 가장 큰 공을 세운 패션 아이템은 단연 트렌치코트다. 참호(trench)란 단어로 알 수 있듯 제1차 세계 대전 중 혹독한 날씨 속에서 적과 싸워야 했던 영국군과 연합군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옷이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특유의 정돈된 스타일이 일반인들에게도 어필하면서 레인코트의 대용으로 사용됐고, 자연스레 우리의 일상적 패션 장르로 자리 잡았다.

밀리터리 룩의 특징은 카무플라주(위장) 패턴과 견장, 금장단추 등의 디테일에서 드러난다. 특히 카키 또는 어두운 베이지색이 혼합된 얼룩덜룩한 카무플라주 패턴은 밀리터리룩의 대표적인 상징이다. 일반적으로 카무플라주 패턴은 여성보다는 남성들이 더 선호했으나 최근엔 국내외 연예인뿐 아니라 길거리에서도 이 패턴이 들어간 아이템을 멋스럽게 매치하는 여성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올가을, 겨울 컬렉션에서 많은 디자이너들은 이 카무플라주 패턴을 대표 패션 키워드로 내걸었다. 카무플라주의 원형인 군복이 연상되지 않을 정도로 크게 변화한 새로운 패턴은 딱딱한 느낌의 밀리터리 룩을 화려하고 세련된 ‘어번 밀리터리 룩’으로 진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버버리 프로섬’은 전형적인 베이지색 트렌치코트를 탈피해 대담한 애니멀 프린트를 접합한 패셔너블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마이클 코어스와 필립 림의 컬렉션에는 카무플라주 패턴의 밍크코트가 등장하기도 했다. 밀리터리와 럭셔리의 조합이라니…. 과거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도발적인 실험이다.

크리스토퍼 칸은 푸른색과 회색을 활용해 세련된 도시를 연상케 하는 카무플라주 패턴을 선보였다. 재킷과 미니스커트 속에 녹아든 이 패턴은 밀리터리 룩의 무한한 가능성을 기대하게 해줬다. 한편 마이클 코어스는 검은색과 갈색의 조화를 통해 시크한 어번 패션을 보여줬다.

이번 시즌, 밀리터리룩은 이렇게 과감하고 멋스러워졌다. 여성에게 본능적으로 내재된 강인함과 자신감을 무덤덤하게 보여주듯, 조용하지만 똑 부러지게 특별한 스타일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남성들의 전유물이라 여겨졌던 군복마저 치명적인 매력으로 진화시킨 여성들의 스타일, ‘어번 밀리터리 룩’은 지금 이 순간 도시를 활보하고 있다.

황선아 인터패션플래닝 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