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식-권영수 사장 극비 ‘톱 미팅’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준식 포스코 성장투자사업부문장(사장)과 권영수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은 1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인근 식당에서 오찬을 겸한 ‘톱 매니지먼트 미팅(TMM)’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조만간 2차전지에 들어가는 양극재와 음극재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에 돌입할 예정이다. 또 LG화학이 개발한 전력저장장치(ESS)용 2차전지에 대한 성능 평가를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실시하기로 했다.
포스코와 LG화학이 음극재와 양극재 등 핵심 소재를 공동 개발키로 한 것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2차전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세계 2차전지 시장 규모는 지난해 18조5000억 원에서 2015년 27조5000억 원, 2020년 64조 원으로 급격히 커질 것으로 관련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현재는 스마트폰, 노트북 등 정보기술(IT) 기기에 쓰이는 소형 2차전지가 전체 시장의 70% 이상(금액 기준)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전기자동차나 ESS용 중대형 2차전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가 소재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2차전지 소재들을 국산화한다는 의미도 있다.
삼성SDI, LG화학 등 국내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1∼6월) 세계 소형 2차전지 시장의 45%를 차지했다. 그러나 핵심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는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대부분 일본이나 유럽에서 수입했다.
포스코와 LG화학의 협업 자체에 대한 관심도 크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특정 기술을 공동 개발한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2009년 국책과제를 함께 수행해 현대차 그랜저의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에 쓸 칩을 공동 개발했지만 실제 양산 차량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는 소재 공급 및 차세대 기술 개발을 중심으로 두 회사가 협력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합작투자 등의 전략적 제휴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 ‘소재보국(素材報國)’의 꿈
1973년 첫 쇳물 생산 이후 ‘제철보국(製鐵報國·양질의 철강재를 생산해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것)’의 꿈을 현실화한 포스코는 2010년 2월 성장투자사업 부문을 신설한 뒤 소재보국을 제2의 목표로 내세웠다. 올해 3월 성장투자사업 부문 내 소재사업실이 비철금속사업실과 신소재사업실로 나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포스코는 신소재사업실을 중심으로 LG화학은 물론이고 양극재 및 음극재, 희토류 영구자석 등 소재 분야 원천기술을 가진 중소기업들과도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는 이미 2010년 8월 LS엠트론의 2차전지 음극재사업부(구 카보닉스)를 인수해 계열사인 포스코엠텍에 편입시켰다. 지난해 3월에는 보광그룹 계열사인 휘닉스소재와 지분 50%씩을 투자해 양극재 전문업체인 포스코ESM을 설립했다.
김 실장은 “차세대 소재 사업은 미래에 가장 각광받는 분야여서 하루 빨리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며 “포스코는 북미, 유럽, 아시아 등 해외 각지에서 운영하고 있는 29개 철강 가공센터를 소재 판매 전진기지로 삼아 글로벌 소재 기업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