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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뺨 107.97mm… 잘 휘려다 허리 휠 뻔”

입력 | 2013-11-21 03:00:00

3년간 제작한 모형만 300개 ‘LG G플렉스 개발진’ 뒷얘기




LG전자의 첫 곡면 스마트폰 ‘LG G플렉스’를 개발한 주역 4명이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진승환 차장, 이재욱 조두찬 수석연구원, 김홍식 선임연구원. LG전자 제공

LG전자는 지난달 첫 곡면 스마트폰인 ‘LG G플렉스’를 공개했다. G플렉스는 아쉽게도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은 놓쳤다. 삼성전자가 며칠 앞서 곡면 스마트폰 ‘갤럭시 라운드’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미 김샌 장사 아니냐”는 우려가 회사 내부 일각에서 나오기도 했지만 LG는 12일 국내 3개 이동통신사를 통해 G플렉스를 출시한 데 이어 이르면 다음 달 해외에서도 판매를 시작하며 묵묵히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19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LG전자 MC연구소에서 만난 G플렉스 개발진 역시 세계 최초 타이틀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G플렉스는 3년여 전부터 LG그룹의 모든 계열사 핵심 인력들이 참여해 만든 제품”이라며 “기술을 자랑하기 위한 ‘과시용’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정말 제값 주고 사고 싶어 하는 ‘판매용’을 만든다는 게 우리의 목표였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G플렉스에 아낌없는 시간과 인력, 돈을 투자했다. 제품이 나오기까지 3년 넘는 시간이 걸렸고, 총인원 200여 명의 기술 베테랑들이 프로젝트에 투입됐다. 수십 차례 소비자 조사를 했고, 인체공학 전문가들과 함께 연구도 했다.

진승환 MC선행상품기획팀 차장은 “G플렉스의 휘어진 정도와 휘는 방향을 정하는 데만 2년 가까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에 없던 전혀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 우리도 사실 불안했다. 소비자들이 곡면 스마트폰을 받아들일 준비가 얼마나 됐는지 알아보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해 여러 차례 소비자 반응을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소비자들의 반응은 고무적이었다. 기존 평면과 곡면 제품 두 가지를 놓고 선호도를 조사했더니 곡면 스마트폰이 좋다는 쪽이 63 대 37로 우세했다. 시장이 곡면 스마트폰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였다.

다음은 ‘어떻게 휠 것인가’에 대한 답을 들을 차례였다. 곡률(휘어진 정도)과 휘어진 방향, 화면 크기가 각각 다른 4, 5가지 곡면 제품으로 추가 선호도 조사를 한 결과 현재 G플렉스의 ‘스펙’인 곡률 700R(반지름이 700mm인 원의 곡률)에 6인치 화면이 40%의 선호도로 1위를 차지했다. 인체공학 전문가들과의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했다. 조두찬 MC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사람의 눈은 동그란 구(球) 형태이기 때문에 적당히 휘어져 있어야 보기에 편하다”며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일반적으로 눈에서 30cm 떨어진 곳에 스마트폰을 두고 보는데 이때 가장 눈이 편한 곡률이 700R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김홍식 디자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G플렉스를 디자인할 때 전화기의 기본 기능인 통화의 편리성에도 초점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한국인의 평균 뺨 길이가 107.97mm임을 감안해 휘어진 스마트폰의 양 끝이 귀와 입에 조금 더 가까이 닿도록 해 작게 말해도 더 잘 들리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이 최적의 길이와 곡률을 찾기 위해 김 연구원 등 디자인팀이 만든 목업(mock-up·모형)만 300여 개다.

G플렉스는 LG전자뿐 아니라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관련 계열사들이 적극적으로 협업한 결과물이다. 스마트폰이 휘려면 디스플레이와 배터리부터 휘어야 하기 때문이다.

G플렉스 설계를 맡은 이재욱 MC연구소 수석연구원은 “G플렉스는 LG 계열사가 모두 참여한 종합 예술상품”이라며 “G플렉스가 무사히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자기 성과를 과시하려고 욕심내지 않고 완성품을 위해 협력하는 LG 특유의 문화도 기여했다”고 말했다.

경기 평택시의 스마트폰 공장에서 생산된 G플렉스 양산 1호 제품은 21일부터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전시되는 명예도 안는다. 박물관 측은 “스마트폰의 미래를 향한 진화를 제대로 보여준 상징적인 제품임을 고려해 G플렉스를 첫 곡면 스마트폰으로 전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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