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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골드키위, 韓-뉴질랜드 협력 롤모델”

입력 | 2013-11-21 03:00:00

패트릭 라타 주한 뉴질랜드대사… 재배 10년 맞아 서귀포농장 방문




18일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에델농원에서 패트릭 라타 주한 뉴질랜드 대사(오른쪽)와 고권진 농장 사장이 뉴질랜드 키위 브랜드 ‘제스프리’와 협력해 키운 골드키위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곳 골드키위는 숙성 기간을 거쳐 다음 달에 수확된다. 제스프리 인터내셔널 제공

“빨리 키위가 익어서 맛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18일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의 골드키위(속이 노란 품종) 농장을 찾은 패트릭 라타 주한 뉴질랜드 대사는 2만 m²에 걸쳐 펼쳐진 비닐하우스를 둘러보며 입맛을 다셨다. 라타 대사는 “지난겨울 먹어본 제주 골드키위는 뉴질랜드에서 먹어보던 그 맛 그대로였다”며 “지난 10년 동안 제주 농가가 흘린 땀의 결과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날 라타 대사가 둘러본 농장은 세계 최대 키위 마케팅 회사인 뉴질랜드 ‘제스프리’와 협력해 골드키위를 재배하는 곳이다. 제스프리는 겨울 과일인 키위를 1년 내내 한국 소비자에게 공급하기 위해 2004년부터 서귀포시의 농가들과 함께 골드키위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5∼11월은 한국과 계절이 반대인 뉴질랜드에서, 12∼4월은 제주에서 골드키위를 생산하는 식이다. 현재 제주의 147개 농가(재배면적 약 100만 m²)가 매년 2000t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민들레 제스프리 인터내셔널 한국지사장은 “제주 골드키위의 맛과 품질이 매년 좋아지고 있어 한국 소비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라타 대사는 제스프리 골드키위를 뉴질랜드-한국 협력 사업의 좋은 모델로 평가했다. 그는 “골드키위 재배로 한국 농가의 수입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제스프리 입장에서는 1년 내내 한국 소비자들에게 좋은 품질의 키위를 제공할 수 있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 제스프리 골드키위 재배 농가의 만족도는 꽤 높았다. 2004년부터 골드키위를 재배한 고권진 에델농원 사장은 “2001∼2003년 감귤 가격 폭락으로 큰 피해를 보고 난 후 대체작목으로 골드키위를 선택했다”며 “감귤이 잘될 때보다 소득이 3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라타 대사는 “뉴질랜드 정부는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FTA를 맺더라도 계절이 정반대인 뉴질랜드는 한국 농민들과 직접적인 경쟁을 하지 않을 것이며 쌀과 같은 민감한 품목을 수출하지 않는다”며 “키위에서처럼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부분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시작한 한국과 뉴질랜드의 FTA 협상은 농축산물 시장 개방 범위에 대한 이견으로 곧 중단됐으나 최근 재개될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농민들은 뉴질랜드의 농산물 진출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한국 농가에 새로운 자극이 된다는 시각도 내비쳤다. 고 사장은 “제스프리의 까다로운 품질 관리와 높은 재배 기술에 제주 농가가 많이 놀랐다”며 “제스프리를 통해 엿본 노하우를 그린키위 등 우리 브랜드에 적용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귀포=류원식 기자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