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러시아에 1-2 역전패… 출범 뒤 명암 엇갈린 선수들
‘정성룡 지고, 김신욱 뜨고.’
한국 축구대표팀이 19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올해 마지막 A매치인 러시아와의 친선경기에서 1-2로 역전패했다. 홍명보호는 올해 10경기를 치르면서 3승 3무 4패의 성적표를 받았다. 최근 경기를 통해 홍명보호의 주전 윤곽이 더욱 뚜렷해졌다.
○ 대표팀 ‘철밥통’ 정성룡 흔들리다 이번 러시아전 패배를 둘러싼 비난의 화살은 정성룡(수원)에게 쏟아졌다. 1-0으로 앞선 전반 12분 정성룡은 러시아의 크로스를 몸을 날려 쳐내려다 공을 빠뜨렸고 동점골을 허용했다. 러시아 언론들은 “정성룡의 위치선정 실수로 승리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정성룡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부터 3년 넘게 대표팀의 주전 골키퍼 장갑을 끼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잦아진 실수가 정성룡의 발목을 잡고 있다. 10일 K리그 클래식 포항전에서도 평범한 로빙슛을 손에서 떨어뜨려 실점을 허용했다. 최근 김승규(울산)라는 도전자도 나타났다. 홍 감독은 10번의 경기 중 7번을 정성룡에게, 3번을 김승규에게 골문을 맡겼다. 김승규가 경험이 부족할 뿐이지 반사 신경과 판단력은 더 낫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정성룡은 최근 부진의 원인에 대해 “나도 잘 모르겠다. 나름대로 준비를 하는데 안 되는 것 같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성룡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본선행이 유력해 보였던 지동원(선덜랜드)과 김보경(카디프시티)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원톱 공격수로 발탁됐던 지동원은 3경기에 출전해 한 골도 넣지 못했다. ‘포스트 박지성’이라고 불렸던 김보경도 스위스전(2-1·승)과 러시아전에서 부진을 거듭하며 손흥민(레버쿠젠)과 구자철(볼프스부르크)에게 밀리고 있다.
○ 대표팀 ‘계륵’ 김신욱 희망 쐈다 러시아의 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김신욱은 위협적이었다. 한국 선수들이 그에게 많은 패스를 하며 공격을 전개한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김신욱은 전반 6분 기성용의 코너킥을 슈팅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넣었다. 홍명보호에서 원톱 공격수가 골을 넣은 것은 김신욱이 처음이다. 한국은 후반 14분 코너킥 상황에서 러시아에 역전골을 내줘 패했지만 김신욱의 활약은 빛났다.
김신욱은 7월 동아시안컵 이후 약 4개월간 A매치에 나서지 못했다. 고공플레이는 위협적이지만 뻥축구를 유발한다며 계륵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국내 프로리그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 다시 홍 감독의 눈에 든 김신욱은 스위스와 러시아전에서 활발한 움직임과 함께 골까지 넣어 홍 감독의 원톱 공격수 실험에 마침표를 찍을 듯한 분위기다. 홍 감독은 “김신욱 본인이 하고자 하는 것을 잘했고 전체적으로 좋은 경기를 했다”고 평가했다.
이근호(상주)도 빠른 발을 이용한 측면 돌파와 김신욱과의 연계 플레이로 홍명보호에서 떠오르는 스타가 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파문으로 대표팀에서 제외됐던 기성용(선덜랜드)도 실력으로 그간의 논란을 잠재우면서 대표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한편 대표팀은 내년 1월 미국과 브라질 등으로 전지훈련을 떠날 계획이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